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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에서 누리는 문학의 향기 ‘광화문 낭독공감 ’
광화문 교보문고서 수요일마다 낭독회
박완서·고은 등 한국대표 문인들 거쳐가
노벨상 수상자 등 해외문인 참여하기도
작가와 격의없이 소통하며 문화체험 ‘힐링’



“수년 동안 시를 잊고 살았다. 낭독공감을 통해 다시 시가 들리기 시작했다.”

“작가와의 만남이 인위적이지 않다. 그들의 하루와 소소한 우스갯소리를 들으며 다시금 내가 사랑했던 시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자 낭독의 즐거움을 맛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이다.찬 바람이 스치고 그립고 의미로운 무언가에 몸이 반응하기 시작할 때 마음을 적셔주는 책을 저자와 함께 읽고 따뜻한 느낌을 나누는 공간은 바로 힐링의 장소가 된다.

▶광화문 낭독공감, 10년=지난 달 30일 광화문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특별 수요낭독공감 행사로 열린 ‘시월애 북콘서트’에 참여한 독자들의 반응이다.

정호승 시인과 평론가 정여울, 가수 김정균 씨가 함께 무대를 꾸민 낭독공감 북콘서트는 300명 선착순 모집에 신청자들이 대거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자리를 메운 독자들은 40,50대 여성들이 많았다.

정 시인의 담백하고 서정적인 시를 좋아하는 ‘덕후’들의 자리였다. 정 시인이 시를 낭독하고 시를 어떻게 쓰는지 들려주는 한 마디 한마디에 이들은 10대 소녀처럼 설레했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진행해온 낭독공감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책 읽기 행사가 10년을 이어온 것은 이례적이다.

‘광화문 수요낭독공감’은 매주 수요일 오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면 어김없이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광화문 문화행사가 됐다. 낭독회가 생소하고 어려운 문화가 아닌 일상 생활에서 편하고 가깝게 즐길 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낭독공감은 2006년 2월22일 고인이 된 소설가 박완서와 연극인 김지숙씨가 작가의 소설 ‘그 남자네 집’을 낭독한 게 시작이다.

교보문고 잠실점 티움에서 열린 이 낭독회는 발디딜틈 없이 독자들이 꽉 들어차 성황을 이뤘고 10년 낭독회를 일군 토양이 됐다.

‘낭독공감’의 모델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당시, 독일 문화의 집에서 열린 한국작가 초청 낭독회였다. 정례적인 낭독행사와 그런 문화를 즐기는 시민의 모습이 자극이 됐다.

성공적인 첫 행사 이후 낭독공감은 고은, 신경림, 황석영, 이문열, 조세희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독자들과 만나 격의 없이 소통하며 독자들이 수준 높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낭독자는 해외문인도 초대됐다. 노벨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 르 클레지오, 헤르타 뮐러, 쓰시마 유코, 요시다 슈이치,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이 한국 독자들을 만났다.

11월에도 낭독공감은 이어진다.11월 11일에는 민용태 시인의 ‘바람개비에는 의자가 없다’ 낭독회가, 18일에는 김미희, 안오일 시인의 ‘나는 詩詩한 청소년이다!’를 주제로 시 낭독회를 진행한다,

또 25일에는 김수복 시인의 ‘하늘 우체국’ 낭독회와 작가와의 대화를 연다. 교보문고는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는 광화문점,영등포점, 잠실점 등을 돌며 다양한 독자와 만날 예정이다.

▶낭독문화 친숙한 일상으로=낭독회의 매력은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와 독자에게 뜻깊은 자리로 여겨지고 있다.

독자들과 만날 기회가 적은 젊은 작가나 지방에서 활동하거나 인지도가 낮은 작가의 경우 독자들과 얼굴을 맞댈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게 사실이다. 낭독회에 한 번이라도 참가했던 독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작가를 친숙하게 느끼고 다소 난해하게 느껴졌던 작품을 잘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 그런 재미로 거의 낭독회를 쫒아다니는 이들도 있다.

최근에는 낭독공연도 붐이다. 대한민국예술원은 지난 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희곡 ‘동숭’과 ‘토막’ 낭독공연을 열었다. 박정자, 오현경, 박웅, 등 원로 배우들이 목소리만으로 연극무대를 꽉 채웠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김유정의 ‘봄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등 단편소설 낭독무대를 열고 있는 곳(대구문학관)도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대사를 생생한 목소리로 담아내 독자들의 상상력을 돕는 새로운 공연형식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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