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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최정호] 통신사 야구구단주다운 대인배 모습 아쉽다
올해 프로야구는 두산의 업셋 우승으로 끝났다.

흔히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매년 100여 게임을 치루며, 매일 승자가 달라지고, 또 그 해 마지막에 웃는 얼굴도 달라진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내 전력만 강하다고 매번 이기고 또 우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프로야구 역사를 보면 시즌 승률 5할을 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거나, 반대로 5할에 못미치고도 포스트시즌 초대권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심지어 정규시즌 승률 1위를 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최종 우승은 내주는 일도 허다하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통합 5연패를 꿈꾸던 삼성이, 2년전처럼 아래서 힘들게 올라온 두산에게 힘 한번 제대로 못 쓰고 가을 주인공 자리를 내주고, 옆에서 환희의 순간을 슬프고 분한 표정으로 바라봐야 했던 것도 이런 상대성 때문이다. 내 실력이 조금 강해도, 다른 팀들의 실력과 운이 더 좋으면 떨어지고, 반대로 내가 조금 부족해도 남들이 더 바보같으면 운 좋게 올라가는게 프로야구 한 시즌 최종 순위표다.

이는 기업들의 생존 경쟁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내 회사가 열심히 연구하고, 만들고, 또 마케팅해야만 좋은 실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경쟁사가 더 좋은 신의 한 수를 뒀다면, 나와 우리 회사의 노력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랠수도 있다. 절대적인 경쟁력, 또 상대적인 운과 타이밍 모두가 결국 실력인 셈이다.

최근 통신시장에서는 고만고만한 내용의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시장 판도를 뒤바꿀만한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유선 시장에서 취약점을 가지고 있던 SK가 케이블TV를 기반으로 알뜰폰까지 강점을 가진 CJ헬로비전을 인수했다. 동시에 미디어콘텐츠의 최강자 CJ그룹과 전략적인 지분투자 제휴까지 성사시켰다. 여러모로 ‘신의 한수’로 평가받을만한 경영의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를 두고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강한 어조의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통상 경쟁사의 경영 이슈와 관련 공식적으로는 논평하지 않는 재계의 관행을 생각하면, 양사의 강도 높은 ‘비난’과 ‘반대’ 성명은 이례적인 일이다. 불법, 또는 편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나의 몫’을 빼앗아 간 것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던 인수합병을 먼저 해낸 것에 대한 비난이기에, 세세한 내용은 둘째치고 “경쟁사의 신의 한수를 정부가 나서 막아달라”는 두 회사의 입장문은 읽는 내내 불편했다.

우리나라 통신3사는, 통신시장의 경쟁자들이자, 프로야구단의 주인이기도 하다. 인생의 축소판인 프로야구에서 짧게는 2년, 길게는 20년 넘게 구단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회사들이 통신3사다. 프로야구에서 내가 오늘 졌다 해서, 또 우승을 못했다 해서 상대방의 전략과 전술을 공권력을 통해 없던 일로 해달라고 때 쓰는 일은 없다. 기업 경영도, 시장 경쟁도 마찬가지 아닐까. 올해의 준우승자 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은, 우승 트로피와 매달이 전달되는 순간에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박수를 보내며 ‘더 큰 승리’를 거뒀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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