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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 유산균 덩어리 김치…비만 퇴치에 네가 꼭 필요해
미생물 다양성 면역력과 직결, 균형 깨지면 각종 질병에 노출
김치의 ‘유익한 유산균’ 면역력 강화 등 도움



‘김치의 재발견.’ 한중 양자회담에서 ‘김치 수출’이 화두에 오르면서 김치의 효능과 장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새삼 고조되고 있다. 김치는 한마디로 미생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발효 음식인 김치는 좋은 장내 미생물의 보고다. 한마디로 김치는 ‘유익한 유산균’ 덩어리다.

이에 김치와 함께 ‘좋은 미생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아두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박모(35ㆍ여)씨는 평소 4살된 아들이 놀이터 등 밖에서 뛰어놀 때 흙이나 모래를 만지는 것을 그냥 두는 경우가 많다. 혹 나쁜 균이 몸 속으로 유입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면역력이 약해져 오히려 아토피와 같은 질병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서다. 의학적으로 검증받지 않았지만, 어릴 때 자신이 자란 환경과 비교하면 요즘은 너무 위생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 아이를 자연스럽게 외부 환경에 노출되도록 하자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영유아기 미생물 다양성이 면역력과 직결=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100조개에 이를 정도로 그 수가 많다. 인간 세포보다 10배 많으며 미생물의 유전자수는 인간 유전자수의 10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장내 미생물은 병원균 침입을 막고 면역체계를 성숙시키고 비타민과 지방산을 생산해 영양분을 공급해 인체 대사 조절에 관여한다. 인체와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설이다.

서울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고재성 교수의 ‘장내 미생물총과 인간의 질병’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신생아는 산모의 미생물과 접촉하게 되는데, 자연분만한 신생아의 장내 미생물은 엄마의 질 미생물과 유사하고,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는 엄마의 피부 미생물과 유사하다. 또 모유 수유를 하는 영아의 장내 미생물은 분유 수유아에 비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이질적이어서 바이러스나 세균을 포함한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생아 괴사성 장염은 미숙아에 주로 발생하는데, 대조군에 비해 괴사성 장염 발생 미숙아에서 미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항생제 사용기간이 길었다.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미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면서 병원균이 과증식해 괴사성 장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아기 장내 미생물과 면역력의 상관관계도 높게 나타났다. 유럽과 아프리카 시골 지역 어린이의 장내 미생물에 대한 비교 연구에서 아프리카 어린이가 섬유소와 다당류를 분해하는 유전자를 가진 미생물이 풍부해 섬유소로부터 에너지를 더 많이 얻었고, 아프리카 어린이의 대변에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지방산과 대장암 예방효과가 있는 부티르산(butyric acid)의 농도가 높고,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이 적게 발견됐다.

흔히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아프리카 지역의 어린이들이 유럽 어린이들에 비해 면역력이 약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결과는 그 반대로 미생물의 다양성이 높아 면역력도 높게 나타났다. 고 교수는 논문에서 “고단백, 고지방, 단순단백질이 높은 서구식 식사가 다양한 장내 미생물총을 균질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장내 미생물 관리, 비만 퇴치의 새로운 대안되나=현대인들의 고질병인 비만도 장내 미생물과의 관련성이 높게 나타나 비만 관리에 대한 시사점 또한 크다. 가톨릭대 의대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가 대한비만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무균 생쥐에게 정상 생쥐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면 체지방의 60%가 증가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지방분해효소의 활동이 증가해 중성지방 저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같은 열량을 섭취하더라도 비만한 생쥐의 장 미생물을 투여받은 무균 생쥐가 마른 생쥐로부터 장 미생물을 받은 생쥐보다 체중이 더 증가했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에너지 축적과 비만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내 미생물이 인간의 비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의 제프리 고든 교수가 2006년 네이처지에 보고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내 서식하는 세균의 구성비가 비만의 발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인 사람의 장에서 정상인보다 비만세균인 퍼미쿠테스(Firmicutes) 계통군이 약 3배 더 높았다. 퍼미쿠테스가 소화분해가 잘 안되는 음식물을 당이나 지방산으로 분해해 장내 축적시켜 비만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메타제노믹스 연구 시급=이같은 미생물과 질병 간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는 메타제노믹스(metagenomics)는 이미 외국에서 그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지난 2012년 6월 세계 양대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관련 논문을 동시 발표하면서 국ㆍ내외 의학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미국에서는 2007년부터, 유럽에서는 2008년부터 관련 연구가 시작됐고, 국내에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메타제노믹스 기법의 연구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메타제노믹스 연구 기획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를 중심으로 메타제노믹스 기법을 이용한 환경에 대한 연구가 일부 진행됐지만, 아직 인체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메타제노믹스에 주목해 온 정성수내과의원의 정성수 원장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르토닌의 95%가 장에서 생성된다”며 “장내 미생물은 우리 신체 모든 부분의 건강과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최근 사회 전반에서 항생제 사용이 늘고 화학물질 과다사용으로 멸균ㆍ살균이 강조되면서 몸에 좋은 균은 항생제로 사라지고 내성이 있는 나쁜 균만 살아남아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졌다”고 지적하며 “메타제노믹스를 통해 미생물과 신체 건강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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