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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 많은 전용 60~85㎡ 아파트 ‘미분양 우려 가장 크다?’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일반적으로 60~85㎡(이하 전용면적) 크기의 주택은 실수요자가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 세 개와 화장실 두 개, 적당한 크기의 거실을 갖춰 대부분 가족 형태인 부부와 자녀 1~2명이 있는 ‘3~4인 가구’에게 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설사들도 이 크기 주택을 많이 지었고,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에 성공했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60~85㎡ 크기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미분양 주택 물량은 3만3524채로 전달(3만1698채)보다 1826채 늘어났다. 이는 60~85㎡ 크기 미분양이 1만9867채로 전달(1만8493채)보다 1374채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60㎡ 이하는 5392채에서 5255채로, 85㎡ 초과는 7813채에서 7402채로 각각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최근 전용면적 60~85㎡ 크기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면서 미분양 우려가 커졌다. 최근 84㎡에서 미분양이 생긴 수도권 한 아파트 단지 모습.

60∼85㎡ 미분양 규모는 올 5월 1만4451채 수준이었으나 분양물량이 많았던 6월 2만146채로 급증했고, 이후 2만채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다른 크기 아파트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60~85㎡ 미분양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1~9월 인허가 받은 54만140채의 주택 중 60~85㎡ 주택규모가 50.79%로 가장 많다. 특히 지난해 인허가 물량 중 60~85㎡가 차지하는 비중은 49.4%로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97년 이후 가장 높다. 최근 5년 간 연평균 40.5~42.4%를 유지하던 비중이 지난해 급증한 것이다.

이재국 서일대 교수는 “최근 주택공급 과잉 논란의 핵심 원인이 60~85㎡ 크기 아파트의 공급 증가”라며 “수요가 많지만 중장기적으로 너무 많이 공급된데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2인 가구 증가 등에 따른 주택 수요 변화와 발코니 확장으로 실사용 면적이 커진 것도 60∼85㎡ 미분양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요즘 나오는 아파트는 각종 평면 혁신으로 59㎡ 크기라도 방 3개, 화장실 2개를 갖추는 등 과거 85㎡ 크기 못지않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인구구성에서 1~2인 가구 비중이 커지면서 소형 주택 수요층이 늘었고, 3~4인 가구도 실수요 차원에서 중대형 같은 소형인 59㎡ 크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졌다”며 “기존 60~85㎡ 주택 수요층이 계속 축소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60~85㎡ 구간 공급조절을 쉽게 포기 못하는 건설사들의 ‘사정’도 이 구간 미분양 적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소형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 문제로 이 구간을 포기 못하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소형을 짓는 것보다 중소형을 짓는 게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중소형 공급을 줄이고 소형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했다.

60~85㎡ 미분양은 계속 늘어날까. 전문가들은 이 구간 공급이 요즘처럼 집중되는 한 미분양 적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1~2인 가구 비율이 이미 3~4인 가구를 넘어섰고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심화할 전망이어서 60~85㎡ 주택 수요층은 자연스럽게 60㎡ 아래 크기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조재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 주택수요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60~85㎡ 공급이 요즘처럼 많다면 미분양이 더 쌓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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