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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째 신음중인 신축아파트 발암물질...출구는 없나
[헤럴드경제=박정규(수원)기자]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경기 남부 10개 시·군에 입주 예정인 30개 신축 공동주택 가운데 7개 아파트를 선정해 안산, 수원, 평택 소재 3개 아파트에 대한 실내공기질 검사를 마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검사결과 안산 D아파트는 부적합, 수원A, 평택 E아파트는 적합으로 나왔다. 수원과 평택 등 2곳은 적합 판정이었지만 부적합 수치에 육박했다. 부적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산 아파트 단지는 경기보건환경연구원이 입주직전에 8가구를 골라 실내 공기질을 측정했다. 측정결과 8가구 중 2가구에서 페인트나 접착제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새집증후군 유발물질 툴루엔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환경부는 지난 9월 실내공기질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들은 절망했다. 측정결과 지난해 신축 공동주택 100여 지점 중 40여 지점이 실내공기 질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은 20곳중 1곳꼴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일부 대형 병원도 실내공기질이 기준치를 초과한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스 진원지로 알려진 병원의 최근의 사회적 파장을 생각하면 이번 병원 실내공기질 기준치 초과는 심각한 문제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U아파트(450가구) 주민들은 입주초기부터 쾌적한 아파트에서 살고있다. 아토피 걱정도, 새집증후군 걱정도 없다. 서초구 가이드라인에 따라 건설사가 벽체의 50%를 흡착 흡방습 기능을 갖춘 기능성 자재를 시공하면서 입주초기부터 냄새가 없다. 이 아파트 정모씨(50)는 “입주할때 부터 냄새가 없어 놀랐으며 오히려 흡방습 흡착 기능을 적용한 실내보다 기능성자재를 시공하지않은 베란다가 더 냄새가 나 신기했다”고 말했다.

2003년 준공된 성남 분당파크뷰는 옵션으로 분양주에게 자율적으로 흡착 흡방습 기능성 자재를 선택토록하자 주민들이 대거 호응해 전세대 중 60%나 시공됐다. 12년전부터 고급아파트 주민들은 새집증후군 문제에 이렇게 대처해왔다.

새집증후군은 새집의 실내공기가 오염되면서 발생한다. 주로 건축자재 속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 톨루엔과 같은 휘발성유기물과 라돈 등의 오염 물질이 공기중으로 배출되면서 인체에 해를 끼친다. 천식 등 호흡기질환과 아토피성 피부질환은 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내공기 오염원은 실내에 있다. 옛날에는 풀을 쑤어 벽지를 붙혔지만 요즘에는 시공편의성으로 접착제(본드)로 붙히는 경우가 많다. 벽지 뿐 아니다. 시멘트, 장판, 가구 가전제품, 등에 쓰인 접착제 등 수많은 화학 물질에서 휘발성 유기물과 독성화합물이 뿜어 나온다.

휘발성 유기물을 가장 많이 내뿜는 것은 건축자재다. 친환경자재와 기능성 자재는 개념부터 다르다. 기능성 자재는 오염 물질을 저감하거나 억제한다. 친환경자재를 오염 물질이 전혀 없는 자재로 인식하면 안된다.

환경부는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미 지어진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후약방문 성격이 짙다. 환경부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위해 강도높은 대책을 수립중이다. 사실 공공청사도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시청사와 세종시청사도 입주할때 실내공기질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국토부는 ‘건강친화형주택 건설기준고시’로 새집증후군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오염물질 저방출 자재 빌트인 가전제품과 붙박이 가구의 친환경 제품 사용 등 6가지를 의무 규정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런 기준에 맞는 자재를 사용해도 오염물질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새집증후군 문제가 사그러지지 않고 있으면 실효거둔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국토부 기준을 보면 흡착 흡방습 항균 항곰팡이 4가지 기능을 갖춘 기능성 자재가 권장사항으로 돼있고 그마나 2가지를 선택토록돼있다. 시공사들은 흡착 흡방습 비용이 항균 항공팡이 시공 비용보다 높자 항균 항곰팡이를 선호한다. 일부는 페인트에 항균 항곰팡이 성분이 있어 따로 항균 항곰팡이 시공조차 잘 안한다고 한 건설사 관계자가 귀뜸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국토부가 정한 최소 기능성자재 시공 기준이 5∼10%에 불과하다. 90∼95%는 시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기능성 자재 시공 면적은 아주 적어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조치가 실효가 없다고 판단한 서울 강동구 서초구 성북구 3개구는 자체 규정을 만들었다. 청정주택가이드라인이다. 국토부기준으로는 새집증후군 민원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서초구는 흡방습 흡착 기능성 자재를 거실 침실 벽체 면적의 50%를 의무화했다. 강동구는 벽체 천장 바닥면적의 최소 30%를 흡방습 흡착 기능성 자재를 의무화했다. 성북구는 흡방습 흡착자재를 벽체와 천장 면적의 50%이상을 의무화 했다. 성북구는 최근 의무화 적용을 중단했다. 적용 중단 배경에 대해 성북구 관계자는 "사실 민원 발생 문제가 아니라 국토부와 별도로 서울시에서 시내 25개 자치구의 기능성 자재를 통합하는 별도 용역을 실시하겠다고 해서 적용을 일단 중단했을뿐”이라고 했다.

강동구 최복두 재건축공공관리팀장은 “흡착 흡방습 등 기능성 자재 공사비용은 분양가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경기도도 지난해 국토부에 기능성 자재권장기준 4개를 모두 의무화해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서울시도 환경부와 합동으로 새집증후군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강도높은 대책을 강구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새집증후군 문제는 건축자재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토피 환자를 둔 엄모(34)씨는 “국토부가 새집증후군을 없애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만큼 지자체장이라도 강도높은 별도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도 풀리고 청약열기로 새 집을 찾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유해 물질에 대한 책임은 시공사도, 정부도 아닌 입주민들만 지고 있다고 지적이 나오고있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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