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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인터넷에 떠다니는 ‘입사지원서’…줄줄새는 개인정보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직장인 장모(29ㆍ여) 씨는 최근 한 남성으로부터 자신의 입사지원서를 봤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남성은 장 씨가 입사지원서를 넣었던 회사의 관계자가 아니었다. 

대학 수험생인 이 남성은 장 씨에게 “입시 준비 중인 학과를 구글에서 검색하다 당신이 올린 ‘O 회사’의 입사지원서를 보고 연락을 했다”며, “입사지원서에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출신학교, 가족관계 등 세세한 내용이 담겨있어 이대로 방치하면 위험할 것 같아 알려줬다”고 말했다. 

장 씨는 “그냥 넘어가기엔 내가 그동안 살아온 자취들이 지나치게 자세히 써있었다”며, “입사지원 내용을 정리해둔 엑셀 파일을 보니 2013년으로 나와있던데, 3년새 누가 내 입사지원서를 보고 도용이라도 했을까봐 아찔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업들의 관리 소홀로 인터넷 상에 입사 지원자들의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본지 기자가 실제로 구글 검색창에 입사지원서를 검색하자 장 씨 외에도 십여명의 입사지원서를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지원서에는 지원자의 사진, 현 주소,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가족관계 등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기업들의 관리 소홀로 인터넷 상에 입사 지원자들의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들어 입사 지원 서류를 온라인으로 제출받는 기업들이 늘면서 현행 오프라인 지원서에만 적용되는 채용절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26일 본지 기자가 실제로 구글 검색창에 입사지원서를 검색하자 장 씨 외에도 십여명의 입사지원서를 찾을 수 있었다.

특정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5분만에 한 외국계 회사 입사 지원자의 이력서를 손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해당 지원서에는 지원자의 사진, 현 주소,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가족관계 등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개인정보 도용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원자들은 본인의 입사지원서가 유출된지도 모르고 있었다.

기자가 외국계 회사 입사지원자 김모(29)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은 사실을 전하자 김 씨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더욱이 김 씨는 해당 외국계 회사에 재직 중인 상태도 아니었다. 이는 장 씨도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일하지도 않는 회사에서 입사지원서가 유출됐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구글 관계자는 지원서 유출 배경에 대해 “구글 창에 뜨는 검색 결과는 검색로봇이 웹을 돌아다니며 긁은(크롤링ㆍcrawling) 정보들”이라며, “그러나 아무 정보를 가져오는 건 아니고, 보안 설정이 된 정보들은 노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당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관 소홀로 인한 문제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 1월부터 채용여부가 확정된 뒤 14일~180일 사이에 구직자의 요청이 있으면 구인자가 채용서류를 반환하는 내용의 ‘채용절차법’을 시행하고 있다.

반환요청 기간이 지나도 서류를 파기하는 게 원칙이지만, 해당 법은 온라인 서류지원엔 효력이 없다.

기업들도 인재 활용 목적으로 지원서를 몇 년간 보관하거나, 일정 기한이 지나면 파기하는 등 제각각이다. 지원자가 삭제를 요청할 때까지 보관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공채 기간 동안 수십군데가 넘는 회사에 지원서를 제출하는 취업준비생들로선, 현실적으로 불합격한 회사에 일일이 지원서 삭제를 요청하긴 어렵다.

언제든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불안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6년엔 한 대기업 입사 지원 사이트가 해킹돼 일부 지원자들의 정보가 노출돼, 서울 고등법원에서 정보가 유출된 31명에 대해 3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입사지원서가 구글 등에 노출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을 받거나, 해당 기업에 과태료를 물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인터넷에 이력서가 노출돼 있다면 해당 기업이 개인정보에 대해 기술적ㆍ관리적 보호조치를 소홀했단 개연성이 있을 순 있지만, 단순 노출만으론 과실을 판단하긴 어렵다”면서, “유출로 인한 피해도 피해자가 민사소송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적잖은 시간을 들여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이마저도 쉽지 않아,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장 씨도 이에 대해 “피해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도 아닌데 이를 어떻게 증명하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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