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모바일 단독카드, 시티폰 신세되나…혼란의 모바일 결제시장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1990년대 중반 한 때 ‘삐삐와 찰떡궁합’ 휴대전화로 이름을 날렸던(?)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조차 사라진 ‘시티폰’. 삐삐를 확인하거나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 앞에 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앞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됐던 ‘시티폰’은 한 때 70만명의 가입자까지 확보했지만 PCS(개인휴대통신)의 빠른 보급으로 사업개시 3년여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당시 전체 손실액만 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쫄딱’ 망한 게 시티폰이다.

지난 5월 카드사들이 앞다퉈 출시한 ‘모바일 단독카드’가 시티폰과 붕어빵 신세가 되고 있다. 소비자의 외면에다 ‘삼성페이’ 같은 ‘OOO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을 단박에 점령하면서 출시되자 마자 추억의 카드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모바일단독카드는 실물(플라스틱 카드) 없이 모바일에서 바로 발급받아 쓸 수 있는 카드로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카드를 다운로드 받으면 별도의 절차 없이 24시간 이후에 사용이 가능해 ‘핀테크’의 선발주자로 꼽혔다. 게다가 연회비도 3000원으로 실물카드보다 저렴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에 지난 5월부터 하나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BC카드 등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모바일 단독카드를 앞다퉈 출시했다. 하나카드는 세계 최초의 모바일 단독 카드인 하나 ’모비원‘을 내놓았고 이어 신한카드는 신용 4종 체크 2종 등 총 6가지 출시했다. KB국민카드는 신용 5종 체크 1종 등 총 6가지, 롯데카드는 신용 4종 체크 3종 등 총 7가지, 우리카드는 1종의 모바일 카드를 내놓았다.

하지만 출시 5개월이 지난 현재 모바일 단독카드 실적은 카드사마다 ‘쉬쉬’하는 비밀아닌 비밀이 되고 있다.

모바일 카드를 주력으로 밀고 있는 하나카드가 9월 기준 약 1만1000장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공개를 꺼리는 다른 카드사들은 1000좌 정도로 추측되고 있다. 이미 참패 분위기가 완연하다.

모바일 단독카드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우선 수요가 없다는 데 있다. 실물카드 1~2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바일 카드를 추가 발급을 받을 필요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사용 제약도 크다. 근거리무선통신(NFC), 바코드 단말기 등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미비한 상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온라인에서는 이미 앱카드가 있어 불편함이 없는데다, 모바일단독카드는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이 안돼 카드로서 완벽한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면서 “다들 핀테크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내놓았지만 쫒아가는 시늉만 한 꼴”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간편결제 시장은 대신 ’삼성페이‘로 기울고 있는 모양새다.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 출시 두 달 만에 삼성페이 누적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최근 10만 건까지 상승했다. 사용처는 편의점, 백화점, 마트, 식당 등이고 연내에 교통카드도 추가될 예정이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BC카드, 우리카드 등 8개 카드사는 이미 삼성페이에 탑재했고, 모바일 단독카드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하나카드 역시 오는 12월 합류할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페이 역시 일부 기종에서만 작동하고 결제할 때 각종 포인트가 동시에 적립되지 않는 등 넘어야할 한계가 산재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카드사들은 업종 불문하고 ’제휴‘가 가장 큰 일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 어떤 것이 시티폰 신세가 될 지 어떤 것이 스마트폰 신세가 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모바일 결제시장이 지금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hanir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