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47일간의 세계여행] 63. 폭우를 품은 폭포…‘브라질 이구아수’ 웅장한 남성美
[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새벽 내내 비가 내리더니, 아침이 되어도 그칠 줄 모르고 퍼붓는다. 이번 남미여행에서는 처음 보는 장대비, 그야말로 폭우다. 오늘 브라질 쪽 폭포인 포스두이구아수(Foz do Iguazu)에 다녀올 예정이었지만 비오는 날 폭포를 보러가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고민이 된다. 그러나 체크아웃도 해야 하는 비좁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일은 불편할 것이다.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면 오전을 그냥 시간을 보내느니 다녀오는 게 나을 거라는 결론을 내린다.

숙소가 아르헨티나 쪽에 뿌에르토 이구아수 마을에 있어서 브라질 쪽으로 가는 택시는 기사의 신분증과 여행자의 여권까지 필요하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가볍게 국경을 통과한다. 브라질 이과수는 아르헨티나 쪽처럼 아기자기한 볼거리는 없다하니 오전 중에 다녀오면 될 것이다.


8시에 오픈이라 해서 서둘러 찾아간 포스두이구아수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잠시지만 국경을 넘었으니 통화도 바뀐다. ATM에서 브라질 헤알을 인출하고는 입장권 파는 창구가 열리길 기다린다. 비가 내려서인지 9시가 넘어서야 표를 팔기 시작한다. 여기가 남미라는 걸 잠깐 잊었다. 뭘 해도 바쁠 것 없다는 얼굴, 장거리 버스가 한두 시간쯤 늦어도 그런가보다 하는 곳인데 말이다. 


이 폭우 속에 우산까지 챙겨서 세계 최대의 폭포를 보겠다고 왔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우습기는 하다. 사람이 한 명도 없을 것 같지만 공원을 운행하는 셔틀버스에는 의외로 빗속의 이구아수를 보러온 사람들도 꽤 있다.


셔틀버스를 타고 내리면서 이과수를 감상한다. 많지는 않아도 우비를 쓰거나 우산을 든 사람들이 서로를 스치며 웃는다. 이 빗속에 폭포에 올 용기를 낸 조금은 이상한(?)사람들이다. 어제 본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 폭포와 오늘의 브라질 쪽 폭포를 모두 보았다. 스케일이 이 정도는 되어야 가히 세계 제일의 폭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산을 들고 있는 손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다 젖는다. 우산과 땅, 강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까지 합쳐져 물소리들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된다.


아르헨티나 이과수에서는 크고 작은 폭포의 모습을 여러 방향에서 조망할 수 있었는데 여기 브라질 이과수는 폭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르헨티나의 이과수폭포들이 아기자기하게 여성적이라면 브라질 이과수폭포들은 남성적이다. 예쁘고 화려한 풍경은 아르헨티나 쪽이고 브라질 쪽은 웅장한 스케일이다. 아르헨티나 쪽 폭포의 면적이 80%를 차지한다는데, 입장료는 브라질이 훨씬 비싸기는 하지만, 어제의 쨍쨍하던 뿌에르토이구아수와 오늘 폭우 속의 포스두이구아수를 보게 된 것은 행운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폭포 바로 옆에 서서 폭포와 나란히 비를 맞는다. 물소리는 귓전을 때리고, 내리는 빗방울과 폭포수는 온몸을 적신다. 장대한 폭포에 비가 쏟아지는 장면은 거대한 수묵화가 따로 없다. 폭우 속에서 우산을 움켜쥐고 바라보던 물방울의 향연과 이구아수 앞에서 듣던 요란한 물소리를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그토록 비가 내려도 폭포는 여유만만하게 물을 쏟아놓는다. 포스두이구아수를 바라보는 시야에는 온통 물 뿐이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