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국정화 공감 못하겠는데…’ 말 못하는 與 소장파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현행 역사교과서가 편향성 문제는 있지만 국정화는 좀 아닌 것 같다.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목적은 좋아도 방법에 공감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의 비박계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긴급 정책의원총회 도중 자리를 뜨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정부가 발표한 중ㆍ고교 단일 역사교과서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여당은 이날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내부결속을 다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15일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 결의문을 외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하지만 여당 내부엔 미세한 균열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 국정화와 관련 “다양화ㆍ자유화로 가는 사회에서 갑자기 (교과서를) 획일적으로, 거의 독점적으로 하겠다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예를 들어 EBS 같은 데서 아주 싼 가격으로 교과서를 만들면 그게 더 학교에서 많이 읽히게 될 것”이라며 “이런 방법을 쓰지 뭘 국정화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여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발언을 한 것은 정 의원이 처음이다.

이날 의총에는 약 9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의총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거나 의총 뒤 진행된 ‘올바른 역사 교과서 만들기 결의 대회’에도 불참했다.

이날 의총에 불참한 다른 비박계 의원은 “비록 의원총회에서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더라도 당내엔 국정화에 대한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며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에는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고 대통령의 한 마디에 급작스럽게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국정화 이슈에 묻혀 노동개혁 등 4대 개혁도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김용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의원총회를 열지 않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당론으로 추진하는 당내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여당 내에서 간헐적으로 국정화에 대한 반대 내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조직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역사 전쟁’으로 여야 간에 긴장이 워낙에 높은 데다 이를 계기로 계파갈등이 봉합국면으로 들어선 탓에 의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던 여당 내 소장파들이 자취를 감췄다는 씁쓸한 분석도 나온다. 과거 굵직한 정국 현안마다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냈던 ‘남ㆍ원ㆍ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 그룹과 같은 활동은 보이질 않는다. 19대 국회 들어서는 미래연대(16대)ㆍ수요모임(17대)ㆍ민본21(18대)과 같은 소장파ㆍ쇄신파들의 명맥이 끊겨버렸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갖지 못한 채, 어제는 비박계 행사에 갔다가 오늘은 친박계 행사에 가서 눈치만 보는 의원들이 많다”며 우려를 전했다.

kih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