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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맛에 헬조선 삽니다” 분노 넘어 조롱 만연 2030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사회 지도층의 각종 비리’, ‘자살률 세계 1위’, ‘계층 사다리 붕괴’, ‘빈부격차 심화’, ‘사회 전반 만연한 갑질’, ‘잦은 야근과 주말근무 문화’, ‘폭등하는 전월셋값’…

최근 이같은 부정적 키워드의 뉴스 기사 등에는 ”이맛에 헬조선 삽니다“ 라는 아이러니한 댓글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분노가 자기 비하로 투영된 ‘헬조선’ 담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백날 분노해도 이 사회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좌절감이 더욱 냉소적인 조롱이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분노’는 변화를 촉발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좌절과 포기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극심한 취업난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등으로 고스펙을 쌓아도 양질의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설령 취업에 성공해도 열정 페이ㆍ비정규직 등 열악한 처우에 신음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이에 기성세대는 여전히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위로하거나 ”젊은층이 너무 나약해졌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당시 절대적 빈곤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이겨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희망의 빛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열심히만 노력하면 계층 이동도 가능했고, 성실히 살면 적당히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게 꿈만은 아니었던 사회였다는 것이다.

특히 ‘헬조선’ 담론을 확산하고 있는 건 비정규직이나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 뿐만이 아니다. 고학력에 고소득 직장을 거머쥔 청년층 역시 사회에서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의도의 한 M&A자문사에서 일하는 공인회계사 정모(31)씨는 “정치권, 재벌 등 사회 곳곳에 부패와 불공정이 아직도 옛날과 똑같다. 유전무죄가 성립되는 한국 사회에선 법망을 피해 편법을 일삼아 성공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어릴 때 봐왔던 문제들이 지금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는데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맛에 헬조선 삽니다’는 변화의 가능성과 전망이 안 보이는 것에 대한 청자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며 ”세계화시대 글로벌 문화와 가치를 내재화한 우리 청년들이지만 사회 현실은 구시대적인 것에 좌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새로운 비판을 발전의 계기로 삼는데 우리 기득권은 너무 단단하다. 학연 지연 혈연 등이 여전히 강조되고“이라고 덧붙였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복된 좌절을 겪으면서도 사회 구성원들이 효능감을 못 느끼기 때문에 ‘헬조선’ 담론은 더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올해 한국사회 각종 지표 조사를 맡아 했었는데 대부분 지표가 지금까지 본 자료중에 최악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치개혁과 시민사회 역량 강화로 풀어 나가야 하는데, 어쩌면 지금이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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