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으로 여행이나 어학연수, 출장을 갔다가 만난 현지 여성들과 즐기고 난 뒤 임신과 양육은 책임지지 않는 한국인 남성들의 비뚤어진 모습은 ‘어글리 코리안’의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코피노 친부 10명중 9명은 필리핀으로 어학 연수를 떠난 20대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의 수는 최대 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100만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필리핀을 찾고 있어 코피노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수십여건으로 알려진 코피노들의 친부 찾기 소송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
코피노 인구를 정확하게 집계한 조사는 아직 없다. 1만명 정도로 보는 활동가들도 있지만, 아동성착취반대협회(ECPAT)는 3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한국인 관광객 수가 연간 100만명을 돌파하고, 현지 성매매 여성과 골프 등 여행 일정을 함께하는 ‘황제 관광’이 인기를 끌면서 코피노 수도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소송을 통해 친아버지를 찾고 양육비를 청구하는 코피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8일 전국 법원 판결문을 검색ㆍ분석한 결과, 코피노(친어머니 대리 포함)가 제기한 친자관계 확인 및 양육비 청구소송은 2013년 1건, 2014년 1건 선고된 데 이어 올해는 9월까지 3건이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 나이트클럽 전경. 기사 내용과 무관. |
여기에 현재 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까지 합치면 50여건에 이른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 다른 동남아 국가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2세가 낸 소송도 적지 않다. 베트남 혼혈 2세에 의한 친자관계 확인소송은 올해 9월까지 10건 넘게 선고됐다.
코피노 소송이 이처럼 늘어나는 데는 현지 ‘코피노 맘’에게 친부 찾기 소송을 대리해준다며 접근하는 로펌들이 한몫하고 있다.
법률시장 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든 중소로펌들이 직접 필리핀을 방문하거나 현지 브로커, 시민단체와 연계해 의뢰인을 모집하고 있는 것. 승소하면 40∼50%의 수수료를 떼 수익을 올린다. 높은 수수료가 문제가 될까봐 몰래 이중 계약서를 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피노 소송 지원단체 ‘위러브코피노’(WLK)의 경우, 한국인 남성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해 소재를 파악하고 코피노 맘에게 법무법인을 중개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에 버려진 코피노와 코피노 맘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 친부의 연락처나 여권정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코피노 맘들이 중재를 통해 양육비를 조정ㆍ합의하기보다 소송이라는 ‘강수’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2013년부터 ‘코피노 프로젝트’를 통해 양육비 중재에 나섰지만, 올해는 한 건의 양육비 합의서도 작성하지 못했다.
세종의 공익재단인 사단법인 나눔과 이음 강기효 사무국장은 “여권정보를 가지고 소재를 파악하려면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해 코피노 맘들이 소송에 몰리고 있다”면서 “한 달에 한 건씩 조정 의뢰가 들어오지만 중간에 소송을 하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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