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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집밥이 있는 하숙집 같은 고시원, 가락동 모젠하우스 “고생 아닌 공생”

고시원은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의 생활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취업, 학업 등 저마다 팍팍한 도시민의 삶이 비좁은 방방마다 맺혀 있다.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는 알지 못했던 창 하나, 욕실 하나에 감사하는 경험을 몸소 겪는 곳이기도 하다. 좁은 방안에 몸을 눕히고 불 꺼진 네모난 천장을 바라보는 마음은 더욱 외롭고 고달프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생활은 결핍의 연속이다. 가족과 부대끼는 일상, 때로는 귀찮은 관심과 잔소리, 따뜻한 집 밥과 맛깔 나는 엄마손 반찬이 그렇다. 서울 소재 고시원에서 2년 째 생활중인 조 모씨(38)는 “고시원 생활을 하다보면 가장 소홀하기 쉬운 것이 바로 끼니를 챙겨 먹는 일이다.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식당이나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는 것 역시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음식 양이나 보관문제 등 어려운 점이 많다. 혼자 살면 결국 먹는 게 부실해지고 건강도 해치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고시원 모젠하우스(http://moxenhousekr.modoo.at) 전용희 원장은 “고달픈 하루를 보내는 대학생이나 직장인을 보면 끼니 만큼은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라면, 김치를 상시 비치하는 것은 물론, 밥, 국과 기본반찬 3~4개는 맘껏 먹을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솜씨 좋은 아내의 손을 빌려 미역국, 북엇국, 된장국 등의 국과 나물무침, 멸치볶음, 전, 카레, 감자볶음 같은 반찬을 수시로 고시원에 가져다 나르고 있다”며 “집에서 가족들이 실제 먹는 국, 반찬과 같다. 좀 많이 만들어서 고시원으로 가져오는 식이다. 주말이면 파주에서 운영하는 농장에서 거둔 상추, 고추, 오이, 가지, 깻잎 등 신선한 채소도 함께 가져다 놓는다”고 말했다.

가락동 모젠하우스에서 8개월째 생활하고 있는 김선아(32) 씨는 “친구들에게 우리 고시원 얘기를 하면 하숙집 아니냐고 한다”며 “그만큼 친절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밖에도 벽돌시공으로 방음이 좋은 점과 도어락, CCTV로 보안이 좋은 점, 고시원으로는 드물게 전용 주차장이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수년 전에는 KBS ‘VJ특공대’에 고시원 주변 가락시장에서 젓갈 장사로 성공한 원생이 어렵게 고시원 생활할 때 가족같이 친절하게 대해준 전 원장 부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찾아 온 모습이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고시원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국정감사에서 배포된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고시원은 급감추세다. 올해 1~8월 사이에 전국에서 준공된 고시원은 173개 동으로 지난 해 동기대비 68%수준이다. 지난 2011년에 1519개 동이 준공된 것에 비해 작년엔 268개 동에 그쳤다. 그만큼 공실이 늘어가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시원 체인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새로 생기는 고시원들이 최신 시설을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운영, 관리되고 있는가다. 아무리 좋은 시설도 생활공간이라는 특성상 조금만 방치하면 오염이 심해져 얼룩과 악취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총무(직원)에게만 맡겨놓고 수금만 해가는 식이면 주인 없는 식당처럼 티가 나기 마련이다. 이제는 하드웨어(시설)보다 소프트웨어(운영, 관리)가 롱런을 위해 강조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전용희 원장은 “원생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한다. 불편한 점은 없는지, 
필요한 점은 없는지 정서적으로 살피는 게 먼저”라며 “건강하고 든든하게 끼니 챙기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생활 공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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