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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무조건 서울로?...‘지역 인재는 지역에서 찾아라’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무릇 성공하려면 사람도 많고 그래서 기회도 많은 곳에서 몸소 부딪혀야 한다는 옛 말이다. 그리고 이 옛말은 서울에만 1000만명이 넘게 모여살고, 청년 실업은 시간이 흐를수독 더 심해지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들 한다.

그렇다보니 똑똑하고 또 성실하기까지 한 인재를 찾는 대기업도, 또 좋은 연봉과 복리후생의 좋은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도 모두 서울로 모여든다. 심지어 강원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그리고 제주도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 또 그 곳에서 일할 구직자도 일단 서울에 와야 한다. 그러다보니 회사도, 구직자도 돈과 시간을 상당히 낭비하기 쉽상이다. 심지어 뽑은 후 근무지 불만족에 따른 이탈률 또한 적지 않다.

LG유플러스가 시행 중인 ‘캠퍼스 캐스팅’ 1세대 신입사원들. 사진 왼쪽부터 부산 코어팀의 모가영 사원, 북부산ENG팀 우지혜 사원, 남부산ENG팀 박우주 사원

LG유플러스는 이런 낭비를 ‘역발상’으로 이겨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캠퍼스 캐스팅’이다. 회사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한 지역을 먼저 찾아가, 현지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전국적인 네트워크 운영과 고객 관리가 필수인 통신 회사에게 딱 안성맞춤 채용인 셈이다.

당연하지만, 그동안 아무도 생각조차 못했던 이 실험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였다. 지방을 돌아다니며 면접만으로 뽑은 20여명의 인재들은 아직까지 단 1명도 퇴사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근무 만족도는, 서울 본사 또는 수도권에서 일하고 있는 동기들보다 높다고 한다.

지난 2일 부산 현지에서 만난 ‘캠퍼스 캐스팅’ 1세대 모가영, 우지혜, 박우주 세 사원들의 말과 눈에서는 이런 만족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부산대 동기이자, 입사 동기인 이들 3명의 신입사원들은 지난 1년동안 현장에서 겪은 크고작은 일들을 재미있게 풀어내며 “진짜 좋다”는 말을 반복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대학까지 부산에서 나온 이들이, 부산에서 부모님들과 함께 살며 좋은 회사까지 다니는 것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다.

LG유플러스가 시행 중인 ‘캠퍼스 캐스팅’ 1세대 신입사원들. 사진 왼쪽부터 부산 코어팀의 모가영 사원, 북부산ENG팀 우지혜 사원, 남부산ENG팀 박우주 사원

LG유플러스 부산코어팀에서 일하고 있는 모가영 사원은 “학교, 과 동기들 중에 부산에서 취직한 사례는 아직 우리 3명 뿐”이라며 “부산에서 대기업에 취업이 됐고, 거기에 급여도 상대적으로 높으니 다들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지역인재 우선선발 전형인 캠퍼스 캐스팅은 기존 ‘선(先)합격 후(後)배치’에 따른 근무지 안배 불일치의 한계를 보완하고, 지역 영업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LG유플러스의 실험이다. 원서에는 학교도, 학점도, 토익 점수도 없다. 몇 줄의 자기소개서에 그 지역에서 태어나고, 또 자랐고, 지금도 살 고 있음만 확인하면 된다.

그래도 동기들처럼, 조금 더 화려한 서울에 가고싶지는 않을까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전혀”였다. 물론 좀 더 시간이 흘러 서울 본사, 또는 다른 지역에서 일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가야겠지만, 고향에서 일하는 지금이 더 좋다는 말이다. 서울에서 내려온 선배들이 잘 모르는 동내 구석구석의 특징을 먼저 설명할 수 있고, 또 야간 통신 선로 작업을 나가서도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과도 스스럼없이 사투리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은 캠퍼스 캐스팅 1세대만이 가질 수 있는 일하는 즐거움이다.

이렇게 뽑은 지역 인재에 대한, 회사의 반응도 물론 최고다. LG유플러스 부산 네트워크 본부의 김장균 동부운영담당은 “캠퍼스 캐스팅을 통해 선발된 직원들이 해당 지역의 지리적, 지역적 특성 등을 잘 알고 있어 업무 적응이 빠르다”며 “급변하는 통신 환경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지역의 우수 인재를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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