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수원시 장안구 코캄 본사에서 만난 홍인관 이사는 “남들보다 먼저 시장에 뛰어들었고, 대기업들이 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기술력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라고 그 비결을 전했다. 코캄 창업자인 홍지준 회장의 아들인 홍 이사는 ESS사업이 속한 코캄 전력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코캄 홍인관 이사와 ESS 배터리. |
1989년부터 제조설비사업을 하던 코캄이 배터리 시장에 뛰어든 것은 1999년경이다. 삼성과 LG가 휴대폰용 소형 배터리에 매진할 때 코캄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대형 배터리 사업에 눈을 돌렸다. 당시는 대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공급도 거의 없던 때였다. 홍 이사는 “싱가포르의 구조형 잠수함을 비롯한 배, 비행기, 군용, 철도 등에 대형 배터리가 필요하면 어쩔 수 없이 코캄 제품을 써야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2000년대 코캄의 ESS 실적에는 줄곧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구가 붙었다. 당시 듀크에너지, KCP&L, SDG&E, DTE 등 미국 전력회사들에 팔려나간 배터리들은 10여년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면서 움직이는 검증기관 역할을 했다. 안정성이 생명인 대형 배터리업체로서는 배터리의 정상적인 구동시간이 곧 경쟁력인 셈이다.
2009년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ESS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코캄의 매출도 쑥쑥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ESS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까지 올라선 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 매출기록을 단 3개월만에 이미 완수한 상태다. 올해 이 회사의 ESS 매출목표는 약 350억원이다.
홍 이사는 이러한 코캄의 원동력을 과감한 R&D 투자에서 찾았다. 전 직원이 260명 중 40%가 연구원이다. 논산과 화성에 위치한 코캄 공장과 연구소는 여느 대기업처럼 대량생산, 단가인하에 몰두하지 않는다. 각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수요에 모두 부합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대기업들의 제품이 기성복이라면, 코캄의 배터리는 맞춤양복인 셈이다. 1개의 콘테이너에서 3.6MWh를 출력할 수 있을 정도의 배터리 기술은 군용, 비행기, 배 등에서 주로 쓰이고 있다. 1MWh 배터리는 전기차 63대를 완전 충전할 수 있는 초대형 용량이다. 이러한 특수배터리 매출은 이미 전체 ESS 매출의 70%를 넘어섰다.
코캄은 미국 선벌지를 비롯한 해외 업체들과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고성장하는 ESS 시장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할 방침이다. 홍 이사는 “대량양산체계보다는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고출력, 초경량, 초박형 제품, 소량 맞춤 생산체제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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