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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국토부 정책변화 유도…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위원장
“취준생 행복주택 입주 발판마련 보람”

어릴적 경험 청년주거문제 관심유도
정부 정책 파트너로 인정받아 뿌듯


지난 3일 경기도 판교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주최의 ‘2030 정책토크’. 이날 유일호 장관은 행사에 참석해 “취업준비생(취준생) 등 젊은 계층도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말했다. 그동안 부동산대책이 나올때마다 소외돼 왔던, 취준생들을 위한 주거정책 마련 방침이 처음으로 발표된 것으로 의미가 작지 않았다.

이같은 국토부의 정책 변화를 이끈 것은 청년주거복지를 위한 모임 ‘민달팽이 유니온’,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 단체를 이끄는 임경지(27·사진) 위원장이 있다.. 


“그동안 민달팽이 유니온은 ‘민원인’이었어요. 청년들과 대학생들의 불만을 전달하기만 하는…. 하지만 목소리가 커지고, 이게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알게 되고, 우리와 얘기를 하게 됐어요. 결국 ‘소외계층’측에 끼지 않었던 취준생, 청년 1인가구 등이 국가가 보듬어야 할 대상에 포함된거죠. ‘민달팽이 유니온’이라는 시민단체가 정책 파트너로 인정을 받은 거에요.”

민달팽이 유니온은 2011년 연세대에서 학생들의 기숙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다. 이후 대학에서 벗어나 ‘원룸 관리비 실태조사’, 대학생과 청년들을 위한 보증금 50만원 월세 20만원 수준의 사회주택 ‘달팽이집’ 공급 등의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임 위원장이 청년주거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개인적인 경험 때문.

“아버지 꿈이 시인이었어요. 본인의 시집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차린 사람이에요(웃음). 사업이 많이 망했고, 그때마다 지방을 전전했어요. 내가 우리집이야라고 물을 때마다 어머니는 ‘여기는 우리집이 아니야’라며 속상해 했어요. 이후 중학생때 집을 샀는데 부모님이 집 산 날 그 집 주위를 차로 5번은 돌며 기뻐하시는 거에요.”

어린 임 위원장은 부모님의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집을 소유해야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친구와 자취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대부분이 주거비와 생활비로 나갔다.

대학생이 된 임 위원장은 “나는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럼 나는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인가”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주거환경이 열악한데 살면서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인 돈의 절반이상을 월세로 내고 있어요. 누구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차곡차곡 스펙을 쌓아가잖아요. 이건 공정한 경쟁이 아닌 거잖아요.”

학교에서 2011년 민달팽이 유니온을 꾸려 교내 기숙사 문제를 고민했던 그 역시 대학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게 됐다.

그의 말대로 나름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에 들어가 연구원으로 있었지만, 보고서를 쓰는 업무가 지속되자 다시 ‘현장’이 그리워졌다고. 결국 2013년 1월 다시 민달팽이 유니온으로 돌아와 6명의 상근직 중 한명인 ‘평사원’이 됐다. 이후 그의 말대로 3년동안 ‘초고속 승진’을 거쳤고, 결국 위원장이 됐다. 조합원 133명 투표중 132명의 찬성인 압도적인 지지율. 임 위원장은 “1명의 반대자는 헤어진 남친이 틀림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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