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범죄의 재구성]“아들을 뺏길 수 없었다”…뒤틀린 모정(母情)이 부른 참극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뒤틀린 모정(母情)이 불러온 참극’

지난 주말 서울 한복판에서 60대 여성이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둘 사이의 관계는 남자친구의 어머니와 아들의 여자친구 사이였습니다.

일반적으론 서로 예의를 갖춰 격식을 차릴 것만 같은 관계에서 어떻게 이런 일까지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사건 장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이었습니다. 보통 한남동 하면 부촌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저소득 가구도 많이 모여 살고 있는데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피의자인 이 64세 여성에게 서른 네살 아들은 여전히 철부지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남편이자 가장의 자리를 대신 채워주는 존재이기도 했죠.

실제 남편과는 이미 수년 전에 이혼했고, 건강 문제로 이젠 자신도 돈벌이가 여의치 않아 물심양면 아들을 많이 의존해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들은 식당에서 배달을 하거나 막노동 등으로 일거리를 이어갔습니다.

물론 중간에 몸이 아프거나 일이 없으면 집에서 쉴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비정기적으로라도 이렇게 해서 번 돈을 어머니께 드려 집의 생활비로 쓰게 한 것이죠.

그러다 이 어머니는 다섯해 전부터 아들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여자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이 연애를 시작한 뒤론 벌어온 돈을 데이트 비용이나 술을 마시는데 다 써버리는 일이 왕왕 있었고, 처음엔 뭐라고 할 수 없었지만 불만은 점점 쌓이기 시작합니다.

아들은 교제를 시작한 뒤로 부쩍 일을 하기 싫다는 말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럴수록 이 어머니는 모든게 그 여자 탓인것 같아 속이 상했죠.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에게 헤어질 것을 종용했고, 이에 아들은 듣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럴수록 어머니의 우을증 증세는 더 심해져 약을 먹어야 하는 날도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던 지난 토요일 밤. 이 어머니는 집에서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는 아들의 전화기를 가로챕니다.

그런 뒤 그녀와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고 끝내 막말과 육두문자가 섞인 욕까지 했습니다.

이에 질새라 여자친구도 거친 말과 욕으로 응수했고 화를 참지 못해 급기야 집으로 직접 찾아가겠다며 전화를 끊게 됩니다.

이성을 잃은 이 어머니는 집에 있는 칼을 찾습니다. 그러고선 칼을 숨긴 채 집 앞으로 나갑니다.

어머니를 저지할 수 없었던 아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하필 경찰이 인근 다른 사건과 오인해 즉각 출동을 하지 않았죠.

이러는 사이 여자친구는 집 앞에 도착했고 오자마자 자신의 핸드백을 어머니에게 던져버리는 식으로 화를 분출합니다.

이에 화가 극에 달한 어머니는 품고 있던 칼을 꺼내 듭니다.

쫓아 나온 아들은 칼을 내려놓을 것을 외쳐보지만 이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태였죠.

다시 한번 아들은 경찰에 전화해 빨리 와달라 했고, 그때서야 상황이 파악된 경찰은 출동해 보지만 차가 막혀 도착이 지연됩니다.

이런 틈을 타 결국 어머니는 그 여성의 배를 칼로 찌르게 되고, 경찰이 도착했을 땐 이미 바닥에 쓰러져 많은 피를 흘린 뒤였습니다.

급히 구급차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쏟은 피가 치사량을 넘어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몇년간 쌓여온 분노가 가장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셈입니다.

경찰이 조금만 일찍 도착했었더라면 이런 일까진 없었을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도 남습니다.

gi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