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대적인 군 수뇌부 개편을 단행됐다. 우선 대장급 8명 가운데 7명이 바뀔 정도로 그 폭이 크다. 게다가 내용도 파격적이다. 군 서열 1위인 합동참모본부의장에 사상 처음으로 3사 출신인 이순진 제2작전사령관이 내정된 걸 두고 하는 말이다. 합참의장은 그동안 39명이 배출됐지만 해군과 공군 출신이 딱 1명씩 있었을 뿐 모두 육사 출신이 독점해왔다. 그나마 이전 2명도 해당 사관학교를 나왔다. 공군참모총장도 ‘기수’를 뛰어넘는 파격이었다. 육군의 경우 4성급 최고 수뇌부 전원이 이번에 물갈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큰 폭의 군 인사를 단행한 것은 이참에 군을 확실히 혁신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보인다. 임기 반환점을 막 돌아선 지금이 군을 혁신할 가장 적합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군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게 주어진 임무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에게 이런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만 해도 전방부대 GOP(일반전초) 총기 사건, 윤 일병 사망 사고 등이 잇달았다. 올들어서도 예비군 훈련장 총기 발사, 불량 수류탄 폭발 사고가 터졌다. 그 외에도 근절되지 않는 군내 성추행 등 크고 작은 군기(軍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국방 비리’는 군에 대한 실망감의 절정이었다. 이 와중에 북한이 목함지뢰 및 포격 도발을 가하는 바람에 남북간 일촉즉발의 군사 충돌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군의 개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인사는 인적 쇄신을 통해 이같은 군의 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렇다면 관행이 되다시피한 기수 중심, 육사 출신 등 이른바 ‘끼리끼리’ 인사로는 국민이 기대하는 ‘군 혁신’이 불가능하다. 따지고 보면 능력과 리더십보다는 기수별와 출신 사관학교별로 고위직과 특정 자리를 독식하는 구조를 넘어서는 것이 군 개혁의 출발점인 셈이다. 군 당국이 “군 본연의 임무에 묵묵히 정진하는 군인을 발탁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이라 하겠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고 공개 언급하는 등 한반도와 주변 안보 현실은 여전히 냉엄하다. 신임 군 수뇌부는 누구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을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세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주기 바란다. 그게 실추된 신망을 회복하고 군을 다시 세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