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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공압기기 일본 독점체제 깼다”
KCC정공 박덕규 대표
KCC정공 박덕규 대표 

굴삭기·공작기계의 핵심 부품
서울메트로 全차량 국산 교체
日, 엔저 업고 교묘한 시장교란
“대기업에 납품 시작…희망있다”


부품소재 분야에서 외국기업에 시장을 내준 품목이 한 두가지랴만 유독 유공압기기는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내수시장의 80%가량을 특정 일본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이런 독과점구조 탓에 가격, 공급량 임의조절 등의 횡포를 부려도 속수무책이다. 대기업인 국내 수요업체들도 이를 관행처럼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KCC정공 박덕규 대표가 공압밸브를 제조하는 경기 군포공장에서 생산한 대용량 중압밸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KCC정공(대표 박덕규)는 이런 관행을 타파하고 국산화에 도전하는 강소기업. 박덕규(62) 대표가 유공압부품을 수입하던 한 대기업에서 나와 1992년 차렸다.

어려운 와중에서도 유공압연구소(2004년)를 설립하고, 공압 솔레노이드밸브의 일본 수출(2007년)도 시작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신뢰성인증(R)을 받은데 이어 2011년엔 포스코의 검정자율관리 공급업체로 업계 유일하게 선정됐다. 품질이나 성능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는 뜻이다.

2012년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밸브 일체형 메카트로닉스 실린더장치’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국책과제로 진행 중인 ‘고속응답 제어밸브’ 개발도 마무리 상태다. 태국 터키 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 개척도 본격화하고 있다.

임직원수 137명으로 2013년 232억, 지난해 2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예상액은 300억원 정도. 2021년 1000억원이란 목표는 해외시장 개척과 매년 20% 성장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난관이 없을 리 없다. 우선 신기술 개발제품에 대한 국내 수요 대기업들의 외면. 아무리 성능인증, 시험성적서를 받아도 거들떠 보지 않는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 와중에 대형 공작기계 업체인 (주)화천기계에 납품을 시작해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KCC정공 박 대표는 14일 “해외영업 보다 국내 마케팅이 더 힘들다. 대기업들의 구매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부품소재 분야 국산화는 요원해진다. 중소기업 성장과 고용도 어렵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KCC정공은 유공압실린더, 공압밸브, 윤활장치, 피팅밸브, 공압부스터 등을 생산한다. 굴삭기, 공작기계, 전동차 등에 광범위하게 소요되는 부품이다. 각종 기계장치에서 마치 볼트·너트처럼 흔하게 다종으로 쓰인다.

특히, 영하 25도에서도 견디는 내한용 밸브를 서울도시철도공사와 함께 개발, 전동차에 장착해가고 있다. 서울메트로와도 시험 중이어서 내년까지 전 차량 국산으로 교체된다.

이런 와중에 엔저를 무기로 한 일본기업이 덤핑으로 내수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8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가격을 조절하며 국내 유공압 기업들의 설자리를 잃게 하고 있다는 게 무역위원회 덤핑 조사보고서에 나와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일본 SMC 사에 대해 가격교란 혐의로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향후 5년간 11%의 반덤핑관세를 물게 됐다. 하지만 반덤핑관세를 피하려 품명을 바꿔 수입하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엔화가치도 반덤핑제소 당시 1350원대에서 현재 980원대로 하락해 반덤핑관세도 무력화됐다.

박 대표는 “대기업들이 수입품과 경쟁해볼 수 있는 기회라도 줘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유공압기기 품목수를 늘려 외국산을 몰아내고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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