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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속 거대 石像…원시 자연을 품다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국제갤러리
키 2m50㎝ 가량. 몸무게 2.5~3t. 영국 솔즈베리(Salisbury) 평원의 고대 거석 ‘스톤헨지(Stonehenge)’를 연상케 하는 조각상이 정방형 화이트큐브에 들어섰다. 조각상은 5개. 총 무게만 15t 가까이 된다. 갤러리 관계자에 따르면 “전시장이 견딜 수 있는 하중을 다섯 개의 조각상이 꽉 채우고 있는 중”이다.

국제갤러리(서울 종로구 삼청로)가 하반기 첫 전시로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ㆍ51)의 개인전을 열었다. 론디노네는 스위스 출신으로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중인 작가다. 

조각상이 있는 전시장에서 우고 론디노네. [사진제공=국제갤러리]

그간 파리 퐁피두센터(2003), 시드니현대미술관(2003), 런던 화이트채플갤러리(2006)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베를린비엔날레(1998)를 비롯해, 2007년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우르스 피셔와 함께 스위스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시장은 국제갤러리 3관 한 곳에 차려졌다. 갤러리가 뒷뜰에 가져다 놓은 알루미늄 캐스팅 조각물을 제외하면 전시 작품은 딱 석상 5개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국제갤러리 답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도심 갤러리를 십여톤의 거대 석상으로 채운 ‘배짱’있는 전시는 루이스 부르주아, 알렉산더 칼더 등 동시대 핫한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해 온 국제갤러리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거석 조각들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청석(Blue stone)이 주 재료다.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뉴욕 근교에서 재료를 가져다 썼다. 조각들을 이어 붙이기 위해 일부분을 수평으로 깎아낸 것을 제외하면 바위의 표면 질감 등은 원재료 그대로의 모습에 가깝다.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했다는 얘기다. 강조하고 있는 것은 ‘수동성(Passivity)’이다.

“형태에 능동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나의 가치를 주입시킨다는 뜻이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이 각자의 감정들을 투영할 수 있도록 결말을 열어놓는 것, 그것이 내 작품이 갖고 있는 수동성이다.”

잠꼬대(?) 같은 작가의 말 뜻은 작품 앞에 서면 알게 된다. 보는 이에 따라 석상의 표정이 달리 보이고, 감정도 제각각이 된다. 성별도 앞뒤도 없는 석상이지만, 가만히 올려다보면 얼굴과 뒷통수가 달리 보인다. 어떤 것은 부끄럼 타는 여자로, 어떤 것은 바람기 많은 남자로도 보인다.

작가에 따르면 “감정이라는 단위 하나만으로 석상과 인간이 연결되는 순간”이다. 갤러리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자연광이 석상들을 비출 때 자연의 무한함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이 이뤄진다. 인간이 자연을 오롯이 대하는 경험이다.

석상들은 사뭇 모순적이다. 거칠지만 시(詩)적이고, 원시적이면서도 모던하다. 석상들은 지난 2013년 뉴욕 록펠러센터 광장에 먼저 설치됐었다. 뉴욕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 가장 도시적인 곳에 원시 형태에 가까운 돌 조각들을 가져다 놨었다.

작가는 “기술 문명의 이기로 둘러싸여 있는 현대인들에게 원초적인 자연을 환기하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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