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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 재범률 심각…‘누더기 성범죄 처벌법’ 한계 왔나
- 성폭력 재범률 지난 4년 동안 2배 넘게 증가…“법 일원화해서 혼란 줄여야” 학계 목소리도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진원 기자] 성범죄의 강력 처벌에 대한 사회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성범죄 처벌법이 해마다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잦은 법 개정이 오히려 법 운영의 허점을 낳고, 범죄자들이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어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올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이같은 추세가 그대로 나타난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성폭력사범 현황’ 관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사범의 재범률은 2011년 3.3%에서 2014년에는 7.0%까지 늘어났다. 

검찰에 접수된 성폭력 사범도 크게 늘었다. 2014년에 접수된 성폭력사범은 3만771명으로 2010년의 2만1116명에 비해 1.5배가량 증가했다.

보호관찰 대상자의 성폭력범죄 재범률도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재범은 지난 2010년 214명에서 2012년 335명, 2014년에는 450명으로 2배 넘게 늘어났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의 경우 더 심각하다.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0년 350건이었던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해마다 늘어나면서 작년에는 1236건까지 급증했다.

지난 2011년 광주인화학교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개봉하면서 장애인 대상 성범죄 공소시효를 없애는 일명 ‘도가니법’이 개정됐지만 정작 범죄 억제 효과는 크지 않았던 셈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성범죄를 억제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누더기가 된 성범죄 처벌법’이 지목되고 있다. 관련법이 매년 바뀌면서 법원과 수사당국의 혼란은 가중되는 반면, 성범죄자들이 빠져나갈 구멍만 많아진다는 것이다.

국회 법률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성범죄 처벌법들은 지난 2000년 이후 70차례 가까이 제ㆍ개정을 거듭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조두순 사건’, ‘도가니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성범죄 사건 때마다 수시로 법이 바뀌었다.

가장 대표적인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의 경우 2000년 제정 이후 무려 28차례나 개정이 이뤄졌다. 연 평균 두 번씩 법이 달라진 셈이다. 1994년 성폭력특별법으로 시작했다가 2010년 다시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이후 9차례 개정됐다. 화학적 거세법이나 전자발찌법도 수시로 법이 바뀌는 상황이다.

법원과 수사당국은 법적용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범행 시점과 피해자의 나이, 상태 등에 따른 처벌 조항이 수시로 바뀌다보니 담당 판ㆍ검사들은 성범죄 사건 처리 점검표 등 실무 매뉴얼을 그때그때 따로 만들어 적용하는 실정이다.

판ㆍ검사들의 실수도 잦아지고 있다. 2013년에는 나이트클럽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을 시도한 전직 국가대표 권투선수 박모씨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기준보다 낮아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봤더니 박씨의 범죄에 따른 전자발찌 부착기간은 원래 10년 이상 30년 이하로 되어야 하지만, 1심 법원의 실수로 겨우 5년만 부과된 것이다. 2심 법원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챘지만 검찰이 따로 항소하지 않는 바람에 그대로 형이 확정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학계와 법조계를 중심으로는 각종 성범죄 관련법을 하나로 통일시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경재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범죄는 살인ㆍ강도ㆍ절도와 형벌의 기본법인 형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학계 차원에서 ‘성(性) 형법 정비위원회’ 같은 기구를 조직하고, 정부와 입법부에 구체적인 법안을 제시하는 등 개정 작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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