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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시충(蟲)’, ‘로퀴벌레’ 혐오 용어까지…법조계 갈등 끝이 안보인다
- 로스쿨 출신 변호사 협의회 공식 발족, 집단행동 본격화…국회는 ‘자기 주장’만 골몰


[헤럴드경제=양대근ㆍ강승연 기자] “사시충(蟲), 연변거지(사법연수원생+변호사+거지), 로퀴벌레(로스쿨+바퀴벌레), 똥시(변호사시험) 출신….”

일부 극우성향 사이트에서나 나올 만한 ‘혐오 용어’들이다. 놀랍게도 현직 변호사만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버젓이 상대 진영 비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과 사법고시 출신 사이에 만연한 ‘갈등의 골’이 어느 정도로 깊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사시존폐를 둘러싼 법조계 갈등이 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단순히 양측 간 기싸움을 넘어서 전 사회적인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예비 법조인의 스승인 법대 교수들은 각자 진영으로 갈려 서로를 헐뜯기 시작했고, 갈등을 조절해야 하는 국회는 문제해결 노력보다 본인들 주장만 앞세우기 바쁘다. 일부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언론사 기자를 평가할 때 ‘친(親)로(로스쿨) 기자’, ‘비(非)로스쿨 기자’로 구분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 모두가 오는 2017년 사법고시 폐지를 앞두고 양쪽으로 쪼개진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이다. 문제 해결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양측 간 집단행동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태가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4일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단체를 만들어 집단 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로스쿨 교수들이나 학생들의 입장 표명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변호사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법조인협의회’(한법협) 이날 오후 창립총회를 열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만 구성된 최초의 변호사 단체를 공식 발족한다고 밝혔다. 현재 가입자는 600여명으로 연말까지 1000여명이 가입할 것이라고 단체 측은 설명했다.

한법협의 초대 회장인 김정욱 변호사(변시 2회)는 “사시 존치 주장은 법조인 양성 시스템 퇴보를 뜻한다”며 “로스쿨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에 체계적 대응을 하는 것이 단체 설립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로스쿨과 관련된 악성 누리꾼에 대한 법적 조치, 로스쿨 장학금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일방적으로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일에 자신들의 회비를 쓰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공식 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 자녀들의 특혜 취업 의혹으로 시작된 ‘음서제 논란’ 역시 뜨거운 감자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고위공직자의 자녀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 ‘음서제 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최근 국회 측에 전달했다. 이 개정안에는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와 자녀의 직업 및 취업현황 등을 공개하고 특혜성 취업이 의심되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원로 법조계 인사는 “(최근 논란에 대해) 국민 눈에는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법조계 기득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으로 비칠 뿐이다”며 “소모적인 논란보다는 국민에게 보다 공정하고 질 높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조계와 정치권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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