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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팔아 임금 올리자는 현대重 노조
금융자산 매각 등 극단 요구
4일 2차 부분파업 강행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지난달 벌인 1차 파업에 이어 오는 4일 2차 부분파업을 실시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한 막대한 사내유보금과 금융자산 등을 매각하면 충분히 임금인상 비용을 충당할 수 있으나, 회사는 ‘적자 엄살’만 부리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의 골자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노조의 주장이 “사내유보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초한 것”이라며 “자산매각 요구 역시 회사의 급박한 경영상황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4일 오전부터 4시간 동안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는 부분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는 또 지난달 31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파업 참가 조합원에게 현금, 또는 상품권을 지급하는 ‘파업 참여자 우대 기준’을 통과 시켰다. 조합원들의 참여율을 높여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강경행동의 근거로 현대중공업 그룹이 가진 사내유보금과 금융자산 등을 지목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계열사 3곳의 사내유보금만 18조에 달하며, 매각 가능한 상장주식이나 부동산을 팔면 4940억원의 차익을 볼 수 있으므로(2014년 말 기준) 얼마든지 임금인상과 통상임금 수용을 위한 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노조는 지난 32차 임금교섭에서 사측에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지분(현대중공업 지분율 91.13%)과 현재 보유 중인 현대자동차 주식의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노조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노조는 사내유보금을 회사가 보유한 ‘여유 현금’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최근 자유경제원은 “사내유보금에는 기계설비, 공장, 토지, 연구개발 등에 사용한 금액도 모두 포함된다”며 “기재부가 지난 2012년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현금성 자산을 분석한 결과, 사내유보금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주장하는 사내유보금 가운데 84.8%는 이미 유형자산, 재고자산, 무형자산 등에 투자가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의 경영상황도 녹록지 않다. 현대중공업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15조9167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13조9791억원으로 12.2%(1조9375억원)이나 줄어들어 국내 500대 기업 중 사내유보금 감소율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즉시 이용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규모도 2조6268억원으로 6개월 만에(지난해 말 기준 3조2293억원) 6025억원이나 감소했다.

조선업 불황에 따른 연속 적자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악화, 각종 부채충당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처럼 험난한 상황 가운데서도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만 6070여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업계 일각에서 “노조가 미래를 위한 사측의 투자를 등한시하고 눈앞의 목적달성을 위해 극단적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침체한 가운데 파업으로 추가 투자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중국와 일본 조선사의 추격을 따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선업계 노조 모임인 조선업종 노조연대는 오는 9일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3사 노조가 함께하는 공동파업까지 벌일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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