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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형 스포티지 탄생한 ‘기아디자인센터’ 가보니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현대ㆍ기아차의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기아디자인센터가 나온다. 디자인 경영을 추구해온 기아차 혁신 디자인의 요람이다.

기아차는 지난 27일 4세대 ‘The SUV 스포티지’ 사전 미디어 발표회를 계기로 기아디자인센터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 내에 자리잡은 기아디자인센터는 1만7100㎡(약 5700평) 규모로 축구장 3배 크기다. 기아차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5월 완공됐다. 

기아디자인센터 전경

외관부터가 깔끔한 직사각형의 절제미가 눈에 띈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제시한 기아차 디자인 정체성인 ‘직선의 단순화(The 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를 오롯이 담아냈다.

웅장한 유리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2011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공개된 ‘컨셉트카 GT’가 방문객을 반긴다. 컨셉트카 GT는 기아차가 스포츠카를 염두에 두고 만든 차다.

기아디자인센터에는 현재 25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근무하고 있다. 디자인 기획 단계에서부터 스타일링 개발과 모델 제작, 컬러와 소재 개발 등 디자인 관련 통합 업무를 수행한다.

기아디자인센터 야외품평장

실내는 사무공간 외에 모델실, 야외품평장, 실내품평장, 영상품평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기자단에 공개된 공간은 3개의 품평장. 디자이너 공간은 출입이 통제됐다.

▶‘미술관 옆 사무실’=실내 정중앙에 위치한 야외품평장은 1000평 규모로 놀랄만큼 널찍했다. 천장은 하늘과 맞닿아 있고 바닥은 회색 대리석이 깔려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자연 채광에서 차량을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근 품평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넓혔다”며 ”차량은 바로 앞에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느낌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날 야외 품평장에는 1, 2, 3, 4세대 스포티지가 나란히 배열돼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는 글로벌 경쟁차량이나 개발 중인 신차들이 들어와 있다. 

야외품평장에 전시된 스포티지 1, 2, 3, 4세대 모습.

같은 층에서 작업 중인 디자이너들이 언제든 품평장으로 나와 차량을 보고 영감을 받을 수 있게 했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미술관 옆 사무실’인 셈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건물 설계 단계부터 품평장 접근을 쉽게 해달라는 디자이너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했다”며 “단층 건물에 디자이너 공간과 품평장을 동일 선상에 수평으로 배치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전했다.

야외품평장 앞에는 실내 품평장(300평)과 영상품평장(200평)이 자리한다.

실내품평장으로 들어서니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천장을 유리로 만든 ‘개방형 루프’로 햇빛이 그대로 투과됐기 때문이다. 5m 이상 높이의 유리천장에는 가변형 블라인드가 따로 설치돼 채광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이날 실내 품평장에는 신형 스포티지의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1:1 클레이 모델(진흙으로 만든 모델), 레진소재 확인모델(양산 직전 최종 모델)까지 스포티지 개발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시됐다. 바닥에는 5개의 턴테이블(차량 회전대)이 스포티지를 360도 돌리면서 전방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영상품평장에는 각도를 달리 한 대형 스크린 3개가 눈에 띈다. 스크린 배경을 도심과 야외, 이국적 풍경 등으로 다양화해 신차 형태와 색상의 조화를 체크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곳에서 경영진과 디자이너들이 모여 품평을 하면서 스크린 속 차량을 확대하거나 축소해 세세한 부분까지 의견을 조율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기아’의 요람=기아차는 2005년부터 디자인 경영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물음표를 활용한 ‘디자인 기아(DESIGN Kia)’라는 TV광고가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형제차’인 현대차와도 차별화해 기아차만의 정체성을 갖는 것도 숙제였다.

당시 기아차 정의선 사장은 “기아차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차량 라인업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감각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 기아차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이후 기아차가 출시한 신차는 대내외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쏘울은 한국차 최초 2009년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했고, K5와 스포티지R은 ‘2011 iF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레드닷 디자인상과 iF 디자인상은 IDEA 디자인상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이날 베일을 벗은 신형 스포티지 디자인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면 헤드라이트가 기존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동일 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닛 위로 올라가면서 혁신성을 높였다.

앞모습이 다소 낯설다는 반응에 기아차 관계자는 “신형 스포티지 디자인은 기존의 도심형 SUV에서 벗어나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과 어울리는 역동적이고 강인한 모습을 담으려 했다”며 “SUV 표준을 만드는 스포티지의 대담하고 선행하는 디자인에 곧 익숙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철통 보안’=취재가 끝나고 서울행을 기다리는 버스 안.

슈트를 차려 입은 직원이 불쑥 버스에 탑승했다. 기아디자인센터에 들어가기 전 휴대전화 카메라에 부착했던 스티커가 중간에 떼인 흔적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다. 스티커는 카메라에서 분리하는 순간 색깔이 변하게 돼 있다.

이는 기자가 경험한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 탐방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출입할 때 스티커를 붙이게 할 뿐 나와서까지 이중체크한 경우는 드물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디자인센터에는 다른 동(洞)에 근무하는 기아차 직원도 출입이 불가능하다”며 “남양연구소 내 현대차가 있지만 디자인 부분에서는 철저히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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