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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D프린팅,산업을 바꾼다]국내 3D프린팅산업 기술 현주소는?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3D프린팅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제조방법에 혁명을 가져올 것”

전 세계에 ‘3D프린팅 붐’이 불기 시작한 지난 2013년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당시 세계는 3D프린팅이 당장 내일이라도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듯 들뜨기 시작했다. TV 뉴스와 신문은 연일 3D 프린팅 기술의 신묘함을 대서특필했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3D프린팅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국내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경제의 활로를 찾던 전문가들은 ‘3D프린팅을 통한 제3차 산업혁명’에 주목했다. 3D프린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창업 생태계를 하드웨어(제조업) 영역으로까지 넓히고, 기존 산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3D프린팅 산업 역량은 미미한 상태다. 3D프린팅은 가장 기본이 되는 3D프린터 장비(하드웨어) 외에도 출력물의 설계를 위한 3D 모델러(소프트웨어), 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함께 시너지를 내야 하는 ‘융복합 산업’의 전형이다. 그런데 국내는 아직 뚜렷한 사업성과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아 일부 중소기업만이 관련 사업을 힘겹게 영위하고 있다.

▶‘중소기업 고군분투’ 국내 3D프린터 장비 시장…그러나 희망은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의 ‘3D프린팅 산업 및 표준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3D프린터 장비 생산ㆍ판매 시장은 캐리마, 하이비전시스템, 솔리시스, 로킷, TPC메카트로닉스 등 15~20여개의 중소기업이 이끌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012년 기준 국내 3D프린터 장비 시장의 규모는 전년대비 30~40% 증가한 300억원 규모”라며 “그러나 고가 산업용 장비를 전량 수입하는 등 약 90%에 이르는 장비를 수입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3D프린터 장비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연구 및 제품개발 외에 국제 3D프린팅 산업 표준화에 참여하기에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업계 추산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관련 시장이 약 200억원가량 더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 국내 3D프린터 장비 시장의 규모는 약 500억원이다. 반면 전세계 3D프린터 장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스트라타시스는 지난해 관련 제품으로만 약 4억8600만달러(약 56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3D프린터 장비 시장의 전체 규모가 스트라타시스 단일 회사 매출의 1/10에 불과할 정도로 미약하다는 이야기다.

시장조사기관 월러스어소시에이츠가 실시한 ‘1988년~2011년 전세계 3D프린터 누적 판매 점유율’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2.2%의 점유율을 기록, 미국(38.3%)과 독일(9.3%)은 물론 일본(10.2%)과 중국(8.6%)보다도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3D프린터 개발에 나선 중소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국내 최초의 분리형 출력 노즐과 세계 최초의 자동 수평 조절 출력대를 갖춘 보급형 3D프린터를 출시한 하이비젼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로킷도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석고모형을 제작할 수 있는 치과용 3D프린터를 내놓았다. 국내 최대의 전자ㆍIT 기업인 삼성전자도 IM(ITㆍ모바일) 사업부 산하에 3D 프린팅 등 혁신기술을 연구하는 전담팀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재ㆍ소프트웨어 부문, 중소기업 편중 현상 심각…균형육성 필요= 문제는 3D프린터 장비와 함께 생태계를 이루며 성장해야 할 소재ㆍ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소기업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3D프린팅용 소재를 생산하는 것은 대림화학이 거의 유일하다. 대림화학의 지난해 매출은 400억원인데, 이 중 3D프린팅용 소재 관련 매출은 아직 1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대림화학은 지난 2013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3D프린팅용 소재 사업을 지목, 최근 탄성을 가진 플라스틱 소재 ‘이플렉스(e-flex)’를 상용화 하는데도 성공하는 등 관련 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중소기업이 국내 3D프린팅 산업의 한 축을 전부 짊어진 셈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역시 연매출이 50억원 수준에 불과한 인텔리코리아가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인텔리코리아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3D모델러 ‘캐디안 3D’를 출시했다. 3D모델러는 제품의 3차원 설계도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3D 프린터로 물건을 출력하려면 먼저 3D 모델러로 입체 설계도를 반드시 그려야만 한다. 특히 인텔리코리아의 캐디안 3D는 기본 가격이 단 29만원으로, 단일 가격만 수백만원이 넘는 외국계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대신해 창업자와 학생들이 3D프린팅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인텔리코리아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3D프린팅 인재양성 사업’의 일반강사 양성 실행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관련 교육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인텔리코리아 관계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3D프린팅 인력양성 시범사업을 통해 전문강사를 배출한 데 이어, 올해 즉시 본사업을 시행하는 등 3D프린팅 저변 확대에 적극적“이라며 “이 같은 노력에 따라 연말까지 500명의 3D프린팅 일반강사를 양성하면 미래부가 추진하는 ‘1000만 3D메이커스 양성’에 가속도가 붙는 것은 물론, 관련 장비ㆍ소재ㆍ소프트웨어 산업도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ㆍ한국생산성본부 공동기획>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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