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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 홍복기] 이사의 의무와 책임경영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소위 오너(owner)에 의한 회사 지배와 견제받지 않는 회사경영이다. 특히 재벌 기업은 오너의 소유 비율이 극히 낮으면서 계열사 또는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통하여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최근 롯데의 경영권 분쟁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불거져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주식회사의 경영은 오너 등의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최소한으로 담보하기 위하여 상법은 이사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와 충실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사들은 오로지 회사와 주주의 최대 이익이 되도록 그 직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며,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회사ㆍ주주ㆍ 채권자에 대하여 연대 배상할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에 대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사례가 증가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터이다. 과거 이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은 지배주주의 경영상 책임을 묻는 것이나 다름없어, 회사가 정상 경영되는 상황에서는 경영진이 교체되도 회사는 과거의 경영상 잘못을 덮고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경영상 파탄에 이르러 워크아웃이나 도산 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외부에서 선임된 관리인이 회사의 경영을 장악하고 회사의 재무상태를 조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임원들의 횡령, 배임, 임무해태가 밝혀지면 외부 관리인들이 전·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당국의 주도 아래 대규모의 금융회사 구조조정이 이루어졌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다수의 금융회사가 파산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서 위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였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IMF 이후 현재까지 금융회사의 부실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책임 소송을 제기한 규모는 무려 502개 금융회사의 부실책임자 9,694명에 대하여 2조2000억원에 이르며, 관련 판례들도 상당히 누적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사실상 이사 및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가 이사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상법이 개정되었고, 경영권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제도가 도입되었다. 또 예금보험공사에게 금융회사 부실의 책임을 조사할 수 있는 조사권이 부여되었다. 법률 외적인 기업환경도 크게 변해 소수주주들이 임원들에게 경영상 잘못이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새로운 기조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법 제도와 기업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회사가 주주가 아니라 오너의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경영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며, 실제 기업주들의 횡령·배임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법이 능사는 아니지만, 상법에서 최소한으로 규정한 이사의 의무와 책임의 원리에 따라 책임경영이 이루어져 건전한 기업문화가 안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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