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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감’은 있었지만 ‘사과ㆍ재발방지 약속’ 없었다(종합)
박근혜 대통령 확고한 원칙에 따라 ‘유감표명’받아내고 군사충돌 피해
북측, 김정은 모독이라 생각하고 울며겨자먹기식 물러선 모양새 역력
재발방지 약속 없어 도발과 발뺌, 협상 악순환 여전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측이 대북 확성기 철거를 약속하면서 일촉즉발 전쟁위기까지 치달았던 남북간 긴장이 극적으로 해소됐다. 정면충돌의 치킨게임을 벌이던 남북이 ‘무박 4일’, 장장 43시간여 동안의 험난한 마라톤협상 끝에 25일 새벽 극적 타협을 이끌어냈다. 정치권은 일제히 환영논평을 내고 야당도 이례적으로 유감표명을 이끌어낸 것은 우리 정부의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43시간의 마라톤 협상끝에 공동보도문에 합의한 남북 협상팀.

이번 협상은 지난 22일 오후부터 25일 0시55분까지, 1, 2차에 걸쳐 총 43시간 10분에 이르는 마라톤협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험난’ 그 자체였다.

북한은 고위급접촉 전부터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오리발을 내밀었고, 우리측은 북측의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해 첨예하게 대립했다.

우리 정부의 확고한 원칙과 끈질긴 협상으로 공동보도문에서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라고 명시,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냈다. 특히 유감 표명은 ‘북측’이라고 주체를 표시함으로써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도발 주체’를 비교적 명확하게 적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이번 군사적 충돌의 화약고가 됐던 대북 확성기를 완전히 철저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를 달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전제를 달아 북측이 다시 도발 등 비정상적 행태를 하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놨다.

협상결과를 놓고 보면 북한이 도발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우리 정부도 대북 심리전 중단을 약속하는 등 서로 주고 받기식 모양새를 연출했다.

정부당국자는 “지난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이후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는 남측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도 남측에 책임을 돌리는 등 그동안 발뺌과 책임 떠넘기를 해왔다는 북한이 이번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한 것은 이례적이고,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는 표현은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뢰 폭발’은 도발의 주체가 모호하고, 유감이라는 표현 자체도 ‘사과’를 요구해온 우리정부의 입장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는 논란이 일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북한의 확실한 사과’를 강조해왔다.

재발방지 약속을 공동보도문에 담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이번 한반도 위기는 북측의 지뢰도발→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북측의 포격도발→우리 군의 대응포격→북측의 전방지역 준전시상태 선포 등으로 급격히 고조됐다. 그동안 북한은 일방적인 도발을시도해 긴장을 높여왔고, 협상과정에서 남측의 경제적 지원 등을 얻어내왔다.

북측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수많은 도발을 일삼아왔지만 시인과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은 드물다. 1968년 1월21일 발생한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1·21 사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1976년8월18일), 1996년 9월18일 동해안 북한잠수함 침투사건, 2002년제2차 연평해전 등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있다. 8·18 사건(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등과 같이 미국으로부터 고강도 군사적 압박을 받거나 남북관계나 주변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을 때 고도의 계산에 따라 유감이나 사과를 표현했다.

이번에도 북한은 우리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이 ‘최고존엄’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중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감을 표명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어렵게 공동보도문에 합의했지만, 향후 각종 도발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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