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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DERS CAFE]학을 춤추게 하는 법...유학자들의 동물 관찰기

  • 기사입력 2015-08-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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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에게 춤을 추게 하는 방법을 들었다. 깨끗이 사용한 평평하고 미끄러운 방에 기물을 남기지 않고 구르는 나무토막 한 개를 둔다. 그리고 학을 방 안에 가두고 방이 뜨겁도록 불을 넣는다. 학은 발이 뜨거운 것을 견디지 못하고 둥근 나무에 올라서는데 나무토막은 구르면서 섰다 미끄러졌다 한다. 학은 나무토막 위에서 두 날개를 오므리고 펴기를 수없이 한다. 그때 창 밖에서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뜯어 학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맞추어 소리를 낸다. 학은 한편으로는 뜨거운 것을 피하려 하고 귀는 시끄러운 소리에 따갑지만 한편으로는 기뻐하기도 하며 괴로움을 잊는다.”(이덕무 ’청장관전서‘ 중 ’이목구심서‘)

인간동물관계학 전문가인 존 브래드쇼가 쓴 ‘캣 센스(cat sense)’의 한 대목 같은 이 말은 18세기 실학자 이덕무의 것이다.

일명 ‘학을 춤추게 하는 법’이다. 이런 식으로 학을 놀린 뒤, 며칠 후 또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타면 학은 기쁜 듯이 날개를 치고 목을 꼿꼿이 세워 마디에 맞게 춤을 춘다는 것이다.

기뻐워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는 학의 마음을 살피려는 이덕무의 관찰이 눈에 띈다. 이덕무의 학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덕무는 학을 통해 자연스런 상태와 인위적인 상황을 설명해 나간다. 동물의 마음이나 인간의 마음이나 사건이 촉발하는 감정에 의해 생겨난 인과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연의 본성과 아주 사소한 것에 의해 만들어진 습성에 휘둘리는 기계라는 인식이다.

‘유학자의 동물원’(알렙)은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동물을 관찰하며 무슨 고민을 하고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그들의 인간관 도덕관 자연관을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보여준다.
유학자의 동물원/최지원 지음/알렙

저자는 조선 후기 유학자들이 동물을 바라보고 고민한 문제는 관성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생명의 기계성’이었다고 본다. 유학자들은 생명의 작동원리를 육체는 먹이에서, 마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느낌에서 나오는 것으로 봤다. 동물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습성을 관찰함으로써 인간의 마음을 추론한 것이다. 이들은 하나의 동물 종도 개체별로 나눠 개성적인 존재로 여겨 관찰했다.

조선전기 유학자 강희맹이 기록한 어느 꿩 사냥꾼과의 대화를 보면 이런 태도는 당시 일반화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꿩을 산 채로 잡아서 입감을 삼아 가지고 산기슭에 들어간다. 대롱을 잘라서 피리를 만들어 불며 암꿩 우는 시늉을 하고 입감을 놀려서 암놈을 희롱하는 형상을 보이면, 수꿩이 노기를 띠고 갑자기 앞에 나타난다. 그러면 사냥꾼이 그물로 덮쳐서 하루 수십마리를 잡는다.”(강희맹 ‘속동문선’ 중 ‘설’)

강희맹은 사냥꾼에게 수꿩에게 암꿩을 차지하려는 욕심의 차이가 있는지 묻는다. 그러자 사냥꾼은 욕심이 많고 경계심이 적은 부류, 경계심이 어느 정도 있지만 암꿩의 우는 시늉에 매혹돼 곧 경계심을 푸는 부류, 욕심보다 경계심이 더 강해 절대 잡히지 않는 부류로 나눠 자세히 설명한다. 꿩들마다 다양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오만가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기술은 특정한 마음상태와 연관돼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동물과 인간의 마음이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조선후기 유학자들의 동물관은 애초에 동물과 인간이 본질적으로 한 갈래에서 나왔다는 동아시아 ‘만물친족설’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책에는 인간보다 지능적이거나 헌신적이고, 심지어 자살까지 할 수 있는 동물의 얘기가 나온다.

이덕무는 누구나 무시하는 쥐 몇마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세심히 관찰해 계란을 훔치기 위해 두 마리 쥐가 벌이는 첩보작전을 방불케하는 재주에 찬사를 보낸다. 이익은 인간에게만 있다고 여긴 도덕성을 동물에서 발견한다.

어느 날 밤, 산 짐승이 닭둥우리를 뚫고 들어와 닭과 병아리들을 다 잡아가는 사건이 터졌다. 살아남은 건 첫 번에 깐 암병아리 한 마리와 두 번째에 깐 병아리 두 마리 뿐. 이익은 첫째 병아리가 늘 제 어미를 졸졸 따라다니는 게 제 어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제 이익을 위해 어미닭을 따라다닌다고 여겼다. 그런 첫째 병아리가 의지할 데 없어진 두번째 깐 병아리 두 마리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이덕무와 이익은 동물의 지능과 도덕성을 통해 ’인간성‘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특권이 아니라 서로의 몸과 마음을 보존하려는 기술일 뿐임을 강조한다. 인간성은 동물성이 열등한 성질임을 반추해 주는 거울이 아니라 서로의 동물성을 인정하고, 누구라도 행복하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 그 자체로 본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누구나 그 방법만 알면 스스로의 마음에 이식시킬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해석한다. 이는 저자가 최근 연구중이라는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구태의 습관을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생각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동물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보면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유학자들의 동물 이해방식은 꽤 선진적이라할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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