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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국의 리더십…착각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는 대륙 한복판에 위치해 경제가 발전했고 인구도 많았다. 무령왕(武靈王, B.C.340~295년) 때는 기병전술을 처음 도입해 군사강국으로 도약했다. 그런데 조나라의 운명은 라이벌 진(秦)나라와의 두 차례 큰 싸움에서 절단이 난다. 조나라는 B.C. 260년 장평대전(長平大戰)에서 명장 염파(廉頗) 대신 젊은 조괄(趙括)을 기용한다. B.C. 229년 회천산(灰泉山) 싸움에서는 명장 이목(李牧)을 자살로 내몰고 적군과 내통한 곽개(郭開)가 추천한 조총(趙)에게 지휘를 맡긴다.

염파와 이목은 진군이 전면전에 강하고 지구전에 약한 점을 알고 농성전을 벌였다. 반면 조괄과 조총은 아군만 강하다고 믿은 채 진군과 정면대결했다. 장평에서 조군 40만명이 사로잡힌 후 생매장된다. 회천산 싸움으로 조나라는 완전 멸망한다. 패인은 모두 리더의 잘못된 현실 판단이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는 수출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며 “ 우리의 대중 수출이 중간재가 대부분이어서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경기둔화의 증거라며 신흥국들, 특히 중국과 무역규모가 큰 한국의 타격이 제일 클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의 올 1~7월 무역흑자 규모는 3060억 달러로 작년 동기의 2배에 달한다. 원자재가격 하락 덕분이다. 아직 중국에 달러는 충분하다. 사실 중국 경제에서 수출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2004~2014년 경제성장의 52%가 국내 고정자산투자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최근 고정자산 투자가 급감해 2000년 이후 최저치다. 공장생산도 뚝 떨어졌다. 시장에는 팔리지 않은 부동산이 즐비하다.

고용이라고 멀쩡할 리 없다. 파이낸셜타임즈(FT)가 조사한 중국 고용지수는 7월 49.3으로 상반기 평균 67.8을 크게 밑돈다. 50 이하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공산주의에서는 기업 이익보다 인민의 일자리 안정이 우선이다. 그래야 공산당 독재가 유지된다.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헬스케어, 교육, 관광, 정보기술 등으로 주력산업 변화를 꾀하는 것도 안정된 일자리를 위해서다.

통화가치 하락은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약해진다는 뜻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그만큼 어렵다는 고백이다. 이 때문에 위안화 절하는 자본의 해외이탈을 막아 국내투자와 경기를 부양화려는 정책적 노력의 일환으로 보는 게 맞다. 환율시스템도 좀 더 시장상황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볼 여지도 있다.

중국 경제성장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본 나라가 한국이다. 중국이 어려우면 우리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위안화와 함께 원화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우리 경제도 어렵고 약해진다는 뜻이다. 수출만 많이 하면 경제가 잘 된다는 착각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내수진작도,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도 이루지 못할 게 자명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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