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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신동빈 ‘원톱’ 공식화 이후]3가지‘전략적 프레임’이 가른 승부…신동빈 완승의 재구성
신동빈 비전 제시 등 미래형 부각
적절한 타이밍 ‘사과’·투명경영 주효
폭로전·친족경영 내세운 신동주
‘과거형 틀’에 갇힌 것이 결정적 패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완승으로 일단락된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은 3가지 전략적 프레임이 승패를 결정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레임(frame)은 정치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으로, 특정 이슈나 인물을 바라보는 ‘틀’을 의미한다. 한 번 일정한 프레임에 갇히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특성이 있다.

지난달 27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쿠데타로 불거진 형제의 난은 ‘폭로, 친족, 한일 분리경영’이라는 과거형 프레임에 갇힌 신 전 부회장과 ‘비전제시, 법과 원칙, 원롯데’의 미래형 프레임을 만든 신 회장의 대결 구도로 재구성할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의 책임에서 형이나 동생이나 벗어날 순 없지만, 프레임 구도 측면에서는 일찌감치 승패가 결론지어졌다는 시각이 이에 뒤따른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통해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완승한 가운데, 롯데그룹도 일부 악재를 털어버린 듯 모처럼 홀가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롯데 본사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분쟁 초반 형성된 프레임은 ‘폭로전 vs 비전제시’의 대결이었다. 신 전 부회장은 일일천하로 끝난 쿠데타의 유효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달 30일 한국에 들어왔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통해 경영권 승계자가 자신임을 알리고자 했다. 하지만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모습은 여론의 역풍을 불러왔고,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는 데 그쳤다.

그러는 사이 신 회장은 일본 사업을 챙긴 후 귀국, 롯데그룹 회장으로서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귀국 직후 신 총괄회장과 짧은 면담을 가진 뒤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현장 행보에 나섰으며, 투명 경영 강화 방침을 발표하는 등 ‘비전 제시형 리더’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면서 ‘친족경영 vs 기업경영’의 프레임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돌아와 보여준 이미지는 정상적인 경영 판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94세의 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뿐이었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지난 17일 일본롯데홀딩스의 임시주총이 있기 하루 전까지 한국에 머문 것에 대해 아버지의 위임장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친족경영’이라는 프레임에 몰두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내내 친족과 기업 경영 사이에 선긋기에 주력했다. 그는 지난 10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투명성 강화 방침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가족과 경영의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바 있으며, 17일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도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일 롯데 분리 vs 원롯데’의 프레임도 이들에 대한 평가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17일 주총을 마친 뒤 신 회장은 “앞으로도 양국 롯데가 각각의 경영성과를 높이는 한편, 시너지를 발휘해 세계 시장에서 롯데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이야기했다. 전체 그룹의 발전을 위해 원롯데의 필요성과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원롯데에 대한 비전에 맞서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그는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한일 롯데 분업과 관련한 질문에 “나는 원래 그럴 생각으로 해왔다.”며, 현재 모습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였다.

프레임 관점에서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은 이미 신 회장의 승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롯데 경영권 분쟁은 하나의 파워게임으로 전형적인 정치 논리가 작용했다”며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역시 ‘기업 투명성 강화’라는 구도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동빈 회장이 3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한 것 역시 ‘사과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며 “여기에는 롯데그룹은 본인이 책임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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