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전세계 아이들이 사랑하는 영화인 ‘겨울왕국’의 배경이자 피오르드 해안으로 유명한 친환경 도시인 노르웨이 베르겐을 방문했다. 지난 4월 유엔에서 발표한 ‘세계행복 보고서’에서 세계 최상위 국민행복 국가로 평가한 노르웨이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도시인 베르겐을 직접 보게 된 것.체류하는 동안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아름다운 도시풍경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색깔의 놀이터에는 많은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있었다. 이어 놀이터에 붙여진 안전인증마크와 놀이터 시설과 아이들의 행동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전문관리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관리원의 동의를 얻고 그들의 안전관리 점검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준이 국내 대기업의 체계적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관리경영) 정도였기 때문이다. 순간 우리 사회에서 빈번이 발생하고 있는 놀이터 안전사고를 떠올리니, 노르웨이의 놀이터들에는 이렇게 세심한 안전규정이 있고, 그것을 철저히 적용 및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그들의 안전인증마크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점검요소들을 살펴보자. 미끄럼틀, 그네 등 대표적 놀이기구의 제조과정에서의 점검사항들은 표면처리 친환경 재료 사용유무, 아동 연령별 놀이기구의 적정활동 속도 및 각도 디자인 등이 있다. 유지보수 과정에서는 볼트와 너트의 조임 현황, 놀이터 모래위생 수준, 전문 관리감독자의 점검기간 등의 점검사항들이 있다. 체크리스트에 표시된 점검숫자가 330개에 달했다. 베르겐 현지의 교육학 교수의 얘기로는 이러한 꼼꼼한 안전점검 놀이터는 아이들의 엄격한 안전의식 함양으로 이어져, 성인이 돼서도 그들은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준수에 최선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놀이터 관리원이 가지고 있는 점검표에는 별도로 놀이터 위험대응 매뉴얼이 포함돼 있었다. 그들은 과거 놀이터의 모든 위험사례를 데이터화 및 분석해 놀이터 위험사례들을 예측가능한 위험과 예측불가능한 위험으로 나누어 모니터링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위험요소들을 식별하고 평가해 위기사항 중요도 수준구간의 설정 및 이에 따른 대처 프로세스를 아주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았다. 아이들이 다쳤을 경우, 상황별 응급조치 방법과 인근 전문병원 긴급연락처 및 예측 이동시간까지 적혀져 있었다.
안전한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마음 편히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으므로, 놀이터가 아이들의 신체적 성장과 정서적 교류와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것이다. 노르웨이의 행복문화가 만들어지는 사회시스템을 이 작은 놀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귀국후 한 대형 아파트의 놀이터를 찾았다. 그네 한 쪽의 볼트가 느슨해져 균형이 무너져 있었고, 미끄럼틀의 끝은 마모가 되어 날카로웠다. 당연히 부모들이 이런 놀이터에는 아이들을 보내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를 아프게 했던 대형 안전사고들 역시 이 작은 놀이터의 허술함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둥과 그네 사이의 연결고리가 기준 이상 벌어져 아이들의 손가락이 들어가면 자칫 다칠 수 있다며, 긴급하게 보수하던 노르웨이 놀이터 관리원들의 책임감있는 모습이 오버랩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놀이터는 과연 안전한 것인가? 놀이터는 사회적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디딤돌이다. 이 작은 놀이터의 안전에서 우리 사회의 확고한 안전의식과 안전관리시스템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의 사랑스런 아이들이 행복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안전한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기본적 의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