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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학교옆 호텔’ 규제 제동 건 판결, 야당은 주목해야
학교와 가까운 곳이더라도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사업자 고 모씨가 서울 중부교육청장에게 제기한 ‘금지행위 및 시설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고씨가 관광호텔(지상 16층, 지하 4층)을 세우려던 장소는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의 주택단지로 110m 떨어진 곳에 초등 및 여자중학교가 있다. 고씨는 이 땅에서 왕복 4차로 도로만 건너면 대학로 상권이 형성돼 있어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더구나 이곳은 창덕궁, 경복궁에서도 2~3㎞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중국인 관광객이 머물며 관광지에 접근하기 쉽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런 고씨의 계획을 가로막은 것은 학교보건법이었다. 이 법은 대한항공이 서울 송현동에 7성급 호텔을 세울 수 없도록 막아 대표적 ‘손톱 밑 가시’로 꼽히는 규제다. 이 법은 학교 경계에서 50m 안을 ‘절대적 정화구역’으로 지정해 호텔 자체를 세울 수 없도록 했다. 다만 50~200m 지역 내에는 서울시 교육감이 판단해 세울 수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고씨가 호텔을 세우려던 용지는 ‘상대적 정화구역’ 안에 위치한다. 고씨는 관광객과 비즈니스맨만 이용하도록 설계했다며 지난해 7월 규제를 풀어달라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거부되자 지난 2월 소송을 제기해 이번에 승소했다.

이번 법원 판결은 중앙 및 지방정부의 경직적인 규제 적용에 경종을 울린 것 이어서 의미가 크다. 세계 각국은 ‘굴뚝없는 산업’의 대표주자인 관광업 진흥을 위해 앞다퉈 규제 완화와 투자 유치에 혈안이 돼 있는 데 우리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 밀려드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해소하자는 취지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2012년 10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학교옆 호텔을 문제 삼은 야당의 반대로 3년 가까이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아직도 호텔이라면 으레 퇴폐업소나 사행업소를 떠올리는 시대착오적 인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야당은 스스로를 돌아봐야할 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학교 인근 호텔 건립 규제가 풀릴 경우 2조원의 투자와 4만7000명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야당이 경복궁 옆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건립을 ‘재벌특혜’라며 어깃장을 놓는 사이에 호텔경영학과 등 서비스업 취업전선에 나선 청년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개혁은 멀고 규제완화는 가깝다. 정치권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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