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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디노미네이션’ 올해 추진할만 하다
‘3.5’, ‘5.0’. 요즘 커피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판의 가격 표시이다. 3500원, 5000원을 1000원 단위를 줄여 간단하게 표기한 것이다. 화폐 단위가 커져서 ‘0’을 붙이는 게 불편해지면서 민간 분야에서 자생적으로 확산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모습이다.

화폐 가치의 변동 없이 화폐의 액면 단위만 바꿔 1000원을 10원이나 1원으로 하향조정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은 수년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의 국민순자산(국부)이나 총 금융자산 및 부채 규모가 1조원의 1만배인 ‘경’ 단위까지 올라가면서다. 1경원은 숫자로 표시하면 10,000,000,000,000,000원. ‘0’이 16개나 된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거래의 편의성 증대 외에 원화의 대외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적은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의 달러대비 통화 환율이 한 자릿수인데, 우리는 1000원대로 세 자리나 되기 때문이다. 화폐 개혁은 지하자금을 양성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화폐 단위를 낮춘 새 돈을 발행하면 금고에 있던 옛 돈을 신권으로 바꿔야 하므로 지하 자금을 끌어내 세수를 늘릴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재정 확충에 부합한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리디노미네이션을 주춤하게 만드는 단점으로는 개혁 자체가 주는 심리적 혼란 외에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과 전산시스템, 제품 가격표 교체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인플레이션 촉발 우려 등이 꼽힌다. 그런데 현 경제상황을 보면 이같은 단점은 오히려 기회로 반전될 수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으로 우려되는 가장 큰 부작용은 인플레이션 촉발이다. 1000원이 10원으로 바뀌면, 950원짜리 과자의 가격은 9원으로 떨어지기보다 10원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3억 5000만원짜리 집이 350만원으로 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싸게 느껴져 집 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당시 정부가 리디노미네이션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가 백지화한 적이 있는데, 마침 불어닥친 부동산 가격 급등이 개혁을 포기한 주 요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까지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는등,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산시스템의 교체 등은 해당 기업에는 비용 증가지만 국가 경제 전체로 보면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5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에 머물러 올해 연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등으로 수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이럴때 리디노미네이션은 내수 시장에 새로운 투자처를 만드는 신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할 만 하다.

화폐 개혁은 제대로 못하면 독이 되지만, 적기에 추진하면 경기 회복과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두 마 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여러 여건상 올해가 실행할 수 있는 시기다. 정부가 공론화를 시작해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빨리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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