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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광복 70주년 대한민국, 성장 DNA를 깨우자
돌이켜보면 1945년 해방 이후 한국 근현대사에서 고단하지 않은 세대는 없었다. 전쟁과 가난을 겪은 세대는 말할 것도 없지만, 고속성장을 이룬 개발세대, 물질적 풍요를 맛보면서도 민주화를 갈구했던 베이비붐 세대까지, 모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웠다. 그런데도 그 시간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열패감 보다 뿌듯함이다. 일제의 가혹한 식민지배와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를 딛고 불과 30년만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어내는 초유의 국가가 됐다. 지금 세계인들은 한국에서 만든 스마트폰과 가전, 자동차와 선박을 이용하고 있고 ‘KOREA’는 언제부터인가 전 세계 저개발 국가들이 닮고 싶은 모델이 됐다.

광복 70년 대한민국의 양적 성장은 그야말로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되듯 경이롭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485조원으로 1953년(477억원)에 비해 3만1000배 확대됐다. 달러로 환산한 명목 GDP는 세계 13위였다. 1953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질 GDP 성장률은 연평균 7.3%, 특히 1961년부터 1991년까지 30년간은 9.7%에 달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1953년 67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만8180달러로 420배 가량 급증했다.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규모는 1조달러를 넘어서 세계 8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자랑스운 역동성이 이제 잦아들고 있다. 최근 수년간 경제성장률이 2~3%대의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1인당 GDP가 2006년 2만달러에 진입한 후 아직까지 3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구조적으로 둔화되면서 앞 세대 만큼의 기회가 뒷 세대에게 주어지지 않자 ‘세대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가파른 고용절벽 위에 서있는 청년들은 대기업 노조에 “일자리를 나눠달라”고 호소한다. 이들의 아버지, 삼촌 뻘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우리 노후는 어쩌란 말이냐”며 밥줄을 놓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중장년층이 궁여지책으로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5.8%)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고만고만한 업종에서 과당경쟁을 벌이다 보니 이들 가운데 60% 이상이 3년 내 문을 닫는 딱한 처지다. 여기에 지난해 600만을 돌파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불안의 뇌관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세대 갈등과 고용시장 불안은 유례없는 고성장을 질주하던 한국경제가 저성장과 고령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과제이다. 우리 보다 앞서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들도 이같은 성장통을 치렀다. 1990년대초 버블 붕괴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던 일본이 그랬고, 2000년대 초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독일도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나라의 현재는 판이하다.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말해주듯 지금도 저성장의 그늘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독일은 하르츠 개혁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거듭났다. 결국 시련에 맞서는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경제 주체들의 상생적 개혁의지가 나라의 명운을 결정한다. 뼛속 깊이 성장 DNA를 가지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은 이들 나라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전환기적 고통을 분담하며 파이를 키워낸다면 아시아의 성장엔진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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