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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빈 회장 대국민 사과] "경영 투명성·호텔롯데 상장"…혁신카드로 ‘反 롯데정서’타개
자칫 그룹 존립 위기감 속
정치권 거센 압박도 부담작용
지배구조 개선 위한 TFT 발족
구태경영 청산 여부 주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세번째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투명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고조되고 이에 따른 그룹 이미지가 악화되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그룹 수뇌부 회의를 열고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같은 모습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 회장의 사과문 발표와 관련해 롯데그룹 임원은 “신 회장이 국민과 고객, 주주와 임직원, 정부에 경영 책임자로서 깊이 사과하고 이번 사태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호텔롯데 상장…경영 투명성 확보=신 회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롯데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우선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을 출범하고, 기업문화 개선위원회를 설치해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해 외부 투자자의 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현재 남아 있는 순환출자의 80%를 연말까지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롯데는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이 이러한 결단을 하게 된 것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롯데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압박이 계속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와 금감원은 롯데의 경영성 분쟁이 불거진 이후 계속해서 한국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의 계열사 정보를 달라고 압박했다. 또 국세청 등 사정당국에서도 롯데의 탈세 등 불법 행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정치권 역시 순환출자 해소와 해외 계열사 지분 공시 등을 위한 ‘재벌 개혁’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의 전근대적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일본 기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지배구조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상장을 통한 현금 확보로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성장의 과실 배분, 롯데그룹의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순환출자 해소 등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 확보도 가능하다.

▶세번째로 고개숙인 신동빈 회장= 신 회장의 사과는 이번이 세번째다. 일본에 있던 지난달 29일 국내 롯데그룹 통신망에 사과문을 띄웠고 이달 3일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김포공항 입국장에서도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신 회장과 그룹 수뇌부가 한차례 더 대국민 공개 사과를 결정 한 것은 현 상황이 그룹 이미지 추락 단계를 넘어 롯데 전 제품 불매 운동 등으로 확산될 경우 그룹의 존립이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룹 지배구조와 거래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정치권에서 국회 증인으로 소환하려는 등 압박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주요 계열사 실적마저 내리막길이어서 안팎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2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4% 줄어들었다.

롯데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걱정이다”며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반(反)롯데 분위기가 확산돼 실적악화로 연결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롯데그룹은 한국기업’강조 배경은=롯데 경영권 분쟁 상태로 한국 롯데그룹이 규모가 10분의 1이나 작은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신 씨 오너 일가가 일본어 이름을 쓰고 서로 일본어로 대화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롯데가 한국기업 맞냐는 의구심이 폭넓게 확산됐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한ㆍ일롯데그룹 전체 매출의 95% 정도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롯데는 명확히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일본 롯데에 지배받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일본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호텔롯데로 이어지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국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상장’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과거에도 호텔롯데의 상장을 논의한 바 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환·김성훈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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