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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권 분쟁’ 열공하는 유통가
크라운·대상·농심 등 장수기업들…“롯데사태 남의 일 아니다” 주시
“롯데 경영권 분쟁 일지를 꼼꼼히 챙기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유통업계의 시선이 복잡 미묘하다. 이번 분쟁이 하반기 면세점 특허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식음료 유통에 어떤 변수가 될지, 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유통재벌인 롯데의 분쟁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그들 중에는 경영권 대결의 구조적인 원인은 물론, 변수의 등장, 그리고 관련 여론 형성 등에 초점을 맞춰 정밀하게 공부하는 기업들도 있다. 특히 창업주의 나이가 상당하고 자녀들이 경영 일선에서 경쟁하는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식음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2세 경영인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당장의 일은 아니지만, 향후 경영권 분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필요가 있어 면밀히 살펴보는 상황이라는 설명. 그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이로 인한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 관리 차원에서도 대응 메뉴얼을 마련해놔야 하는 필요성도 감안해서 열공 중”이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가신그룹과 친족그룹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사내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도 엿보인다. 또다른 관계자는 “경영권 대결에서 승리하는데 공을 세운 임직원은 향후 직장 내에서 승승장구하지 않겠냐”며, “미래에 특정 후계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좋은 교재가 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식음료 업계는 유독 장수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롯데 경영권 분쟁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크라운제과는 내후년에 70주년을 맞이하며, 대상그룹은 내년에 창립 60주년이 된다. 또 농심은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 이들 모두 2세,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기업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이미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해놓은 기업도 있다. 농심의 경우가 그렇다.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춘호 회장이 만든 농심의 경우 지난 2003년 그룹의 모회사인 (주)농심에서 투자사업 부문을 떼어내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를 신설했는데,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바로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회장으로 주식의 36.8%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쌍둥이 동생인 신동윤 부회장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지분으로 경영권 다툼을 미연에 방지해 놓은 것으로 이해된다. 농심홀딩스는 농심 그룹의 모기업인 (주)농심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며, “창업주가 특정 연령이 되기 전에 경영권 승계 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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