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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황’ 롯데케미칼의 그늘
롯데케미칼은 롯데 신동빈 회장에게 각별한 곳이다. 지금은 ‘유통 공룡’의 수장이 되었지만 경영수업의 첫 발은 롯데케미칼에서 떼었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現 롯데케미칼)에서 상무로 입사해 줄곳 등기이사로 재직하며 경영에 깊숙히 관여했다. 이후 현대석유화학, 케이피케미칼, 하오기술, (주)삼박,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인수해 몸집 키웠다. 미국 현지법인과 호남미쓰이화학을 설립해 해외로도 무서운 속도로 진출했다. 


올 2분기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 6998억원, 순이익 4602억원을 기록해 분기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8.5%, 790.3% 증가한 수치다. 소비침체로 롯데쇼핑을 비롯한 유통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세간의 이목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있던 화학 계열사가 롯데그룹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셈이다.

롯데케미칼의 이러한 호황은 이란핵협상 타결 등으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기 위해 석유 기반의 나프타크래커(NCC) 설비를 사용하는데, 유가가 낮아질 수록 이 NCC설비의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때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했던 미국 셰일가스 기반의 ECC, 중국 석탄화학 기반의 CTO는 최근 경쟁력을 잃고 가동률을 서서히 줄이는 추세다. 메리츠종금증권 황유식 연구원은 “저유가 기조가 심화되고 있어 NCC 수익성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장기호황에 힘입어 30만원까지 치솟았던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롯데가 분쟁이 시작된 후 속절없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롯데가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정체성 논란,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면서 20%에 달하는 주가가 빠져나갔다. 물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은 기업이 당면한 의무다. 그러나 수많은 임직원들의 일자리와 투자자들의 이익이 걸린 특정 기업을 무작정 ‘싫다’는 감정을 앞세워 힘을 빼는 행태가 과연 옳은지는 재고해봐야할 문제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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