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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문재연] 롯데, 그리고 불매운동
“한국에서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고 불매운동을 한다는데, 왜 그런거죠?”

일본의 대표적인 인터넷 소통채널 ‘야후재팬 치헤부쿠로(知恵袋)’에 5일 올라온 질문이다.

보수매체인 산케이(産經) 신문은 이날 “일본에 집착하는 한국 국민의 복잡한 감정이 소동으로 부각된 모양새다”라고 해석했다.

2010년 롯데제과가 다른 회사 제품을 베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일본 네티즌들은 ‘역시 한국인이 만든 회사’는 식으로 비하했다. ‘롯데는 재일 한국인이 만든 회사이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도 돌았다. 주로 일본의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유저들이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지난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1948년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후 롯데제과는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대표팀을 지원하고, 일본 정계에서 친한파와 깊이 소통했다.

일본에서 사업에 성공한 신 회장은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서울에 롯데호텔을 건설했다. 롯데의 투자는 1970년대 자금이 부족하던 한국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오늘날 롯데가 국내에서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인력은 20만 명에 이른다.

사실 극우성향의 산케이를 제외하면 일본 언론에서 롯데의 국적을 따진 곳은 거의 없다. 보수매체의 대표주자인 요미우리(讀賣)신문도 국적문제는 언급이 없다,

일본 최대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동족경영’의 장점과 약점을 분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홀딩스 등은 분명 일본기업이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도 일본에 등록된 기업이 대주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롯데의 사업기반은 대부분이 한국이다. 이번 사태가 발발하기 전부터 그랬다. 주주는 바뀔 수 있지만, 사업기반을 하루아침에 옮길 수는 없다.

반대로도 생각해보자. 미국, 중국 등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우리 기업들도 많다. 이들이 현지시장에서 외국기업이라고 차별받는다면 과연 옳을까?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온 국민이 나서서 회사를 망하게 하자면 20만개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쥐 잡자고 돌을 던질 때는 장독까지 깨지 않도록 조심해야(投鼠忌器)하는 법’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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