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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 혁명부터 산업 융합까지…3D 프린팅, 무한의 가능성을 열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 네덜란드의 3D 프린팅 통합플랫폼 스타트업 ‘셰이프웨이스’는 최근 INKEF캐피탈로부터 약 3000만달러(3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3D 프린팅 기술로 제품의 디자인(설계), 제조, 판매, 배송을 원스톱(One-Stop) 제공하는 것이 셰이프웨이스의 핵심 사업모델인데, 이 같은 제조ㆍ유통 혁명이 향후 세계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실리콘밸리의 ‘큰 손’이 판단한 셈이다. 이번 투자에는 휴렛팩커드벤처스와 안드레센 호로이츠 등 글로벌 기업 및 자본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등 기존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3D 프린팅 기술이 만나 전혀 새로운 형태의 도전과 창조의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3D 프린팅은 단순히 사물을 복제하는 도구를 넘어 무궁무진한 신(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던 토마스 프레이(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의 말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사회적 기업 ‘메이커스’가 전국 초ㆍ중학교에 3D 프린터, 만들기 도구, 강사를 태운 버스를 보내 시행 중인 ‘3D 프린팅과 모델링 워크샵’에서 학생들이 직접 3D 프린터를 작동해보고 있다.

소트웨어ㆍ하드웨어 융합으로…창업 생태계 새 판 짠다= 우선 주목되는 부분은 창업 생태계의 변화다. 저비용으로 빠르게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이 발달하면서 제조업의 높은 진입장벽이 무너진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은 턱없이 부족한 초기 투자금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 소프트웨어 창업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경쟁자가 포진한데다, 프로그램 무료 배포를 통한 광고 수주 이외의 수익모델을 발굴하기 어려운 소프트웨어 창업은 수많은 청년들의 ‘무덤’이 되기 일쑤였다. 실제 벤처전문 조사기관 벤처비트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앱 시장에서 게임의 비중은 40%에 불과했지만, 매출은 약 75%에 달했다. 게임 이외의 앱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의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된 3D 프린팅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를 응용한 신(新) 제조업, 하드웨어 창업이 최근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한 셰이프웨이스가 대표적인 예다. 7년 전 회사의 문을 연 이후 이 회사가 생산한 제품의 종류만 250만개에 이른다. 고객이 주문이 있을 때만 제품을 생산하는 온디멘드(On-demand) 방식을 통해 투자 비용은 줄이고, 사업의 수익성은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피규어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마이피규어’가 빠르게 지점을 늘리며 성공사를 쓰고 있으며, 보청기 제조 스타트업인 딜라이트는 3D 프린터 기술을 도입해 보청기를 제조하고 있다. 이 외에 미국 정부가 3D 프린팅 기술을 통한 하드웨어 창업을 미래 제조업 혁신의 핵심으로 인식하면서, 지난 2009년 약 1억달러에 불과했던 미국 내 관련 투자규모는 지난 2013년 8억5000만달러까지 늘기도 했다.

식품에서 의료, 핵심부품까지…기존 산업 활용성도 무한대= 3D 프린팅은 기존 산업과의 융복합 가능성도 무한대에 이른다. 최근 국내 한 의료진은 3D 프린팅 기술로 ‘맞춤형 골반뼈(천추)’를 만들어 10대 여학생의 골반뼈를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여학생은 골반뼈에 생긴 암으로 걸을 수조차 없던 상태였지만 수술 후 1주일 만에 다시 걷기가 가능해질 정도로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슬로베니아의 한 기업은 6만달러에 집을 복제하는 기계를 팔고 있을 뿐 아니라, 건축자재 부문에서 ‘스마트 우드’를 뜻하는 나무까지 복제해냈다. 나사(NASA)에서는 우주공간에서 먹을 피자까지 3D프린팅으로 복제해 공급을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기업에서도 3D 프린팅 기술 도입을 통해 경영효율을 높인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제품 제작 과정에 3D 프린팅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현대모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용 헤드램프의 목업을 3D 프린터로 제작해 비용을 30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종전에는 금형 제작 3개월과 실물모형 제작 1개월의 기간이 필요했지만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1주일에 가능하다고 한다.

걸음마 수준 국내 3D 프린팅 역량 키워야= 문제는 국내 3D 프린팅 산업의 발전 속도가 외국보다 무척 더디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현재 글로벌 3D 프린터 기기 시장은 미국의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즈가 석권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월러스어소시에이츠(Wohlers Associates)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즈의 3D 프린터 시장점유율은 각각 39%, 18%에 달한다. 이어 3위 역시 스트라타시스의 자회사인 오브젝트(점유율 14%)가 차지했다. 즉, 미국의 두 회사가 70%가 넘는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세계 3D 프린팅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아직 열악한 상태다. 로킷 등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3D 프린터를 생산해 합리적인 가격에 보급을 시작하는 한편, 중견기업인 신도리코도 지난해 3D 프린터 독자 개발에 성공하는 등 많은 기업이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3D 프린팅 산업은 3D 프린터 등 하드웨어와 설계ㆍ디자인을 위한 스프트웨어, 제품을 출력하는 소재 등 다양한 산업이 한 데 역량을 모아야 완성되는 융ㆍ복합 산업의 결정판”이라며 “3D 프린터 하드웨어 보급의 확산, 소프트웨어 역량 제고, 화학ㆍ소재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제도적 걸림돌 해소 등이 연계돼 이뤄지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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