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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신원 박회장 구속, 믿음경영 신의 저버린 죄값치러야
중견 패션업체인 신원그룹 박성철 회장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박 회장은 2007∼2011년 차명재산을 숨기고 개인파산·회생 절차를 밟아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250억원 상당의 채무를 면책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300억원대의 주식과 부동산을 차명으로 갖고 있었으나 “급여 외에 재산이 전혀 없다”고 채권단을 속였다. 파산·회생 사건 재판부에는 신원의 차명주주들 명의 면책요청서를 위조해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회장의 차명재산은 신원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자택을 제외한 전 재산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신원의 채무 5400억원 상당을 감면받았지만 부동산 등 거액의 차명재산을 은닉하고 있었다. 숨겨둔 재산은 2003년 워크아웃 종료 이후 경영권을 회복하는 데 썼다. 페이퍼컴퍼니인 광고대행업체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 명의로 신원 지분의 28.38%를 사들였다. 박 회장은 부인이 최대 주주로 있는 이 회사를 통해 회장 자리를 유지했다. 박 회장에게는 차명재산으로 주식 등 거래를 하면서 소득세와 증여세 25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당초 조세 포탈로 고발된 박 회장을 수사하면서 사기파산·회생 혐의를 포착했다. 박 회장 부자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부 인정했고, 자숙한다는 뜻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하고 수감됐다.

박 회장이 불법적으로 빚을 탕감받고 회장직을 유지해온 방식은 기업회생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경영권을 되찾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례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독 실업인인 그가 사이비 교주나 다름없는 유병언과 같은 행로를 걸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믿을 신(信)과 으뜸 원(元)이라는 회사명처럼 ‘믿음 경영’을 다짐했던 박 회장에게 많은 국민들이 성원을 보냈고 회사는 ‘여성복 명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신원측은 이번 사건이 회사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세금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박 회장의 행태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 신원과 같은 그룹 파산 상태에서 사재 2000억원을 출연해 기업 정상화에 나섰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도 대비된다. 이런 이중적 기업인 때문에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떵떵거리며 산다’는 속설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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