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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 예술인 생활 지원…예술인복지재단 박계배 대표> “예술인 복지사각지대 없도록 최선”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박계배(58) 대표는 지난 달, 한 연극인의 고시원 죽음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했다.

연극과 예술 현장에서 30년 넘게 몸담아온 그로선 집안 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재단의 긴급복지지원금이나 창작준비금지원을 받았다면 당장의 생활고는 피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더 무겁다. 그래서 요즘 그는 제도를 알리려 매일 예술인들을 만난다. 

“예술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분야가 여럿 있어요. 창작준비금지원은 창작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힘든 예술인들에게 창작활동을 장려하는 거에요. 1년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금 준비중인 작품을 증명하면 3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 예산은 110억원으로 3500여명의 예술인들이 지원을 받는다. 지난 6월말 1차 공모를 마쳤고, 7월말에 2차, 9월에 3차 공모가 진행된다.

또 긴급의료비 지원과 심리상담, 직업전환에 필요한 교육비 지원 등 문을 두드리면 맞춤형도 가능하다. 현재 국내 활동중인 예술인은 3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예술인복지재단에 등록한 예술활동증명자가 1만6000여명이다.

“예술인들이 재단 홈페이지에 등록할 때 가장 번거로워하는 게 예술활동증명이에요. 국가경력시스템에 호적을 올리는 건데, 소득이나 재산증명서 같은 서류들이 대여섯 종류가 되다 보니까 포기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가 지난해 10월 취임 이래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도 바로 서류 간소화다. 재단에서 신청서 한 장만 쓰면 누구나 예술활동증명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다.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나 재단이 보건복지부의 시스템에 접속해 신청인의 소득과 재산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몇몇 의원을 중심으로 추진돼 기대감이 크다.

이와 함께 예술인 일자리 창출도 박 대표가 힘을 쏟는 분야다.

예술인의 재능을 기업이나 지자체, 단체 등에 연결해주는 일이다. 지난 4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 예술인일자리 박람회의 경우, 500여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예술가의 상상력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예술인은 지원금을 받고 재능으로 사회공헌을 할 수 있어 양 쪽 모두 만족도가 높다.

박 대표는 도제식으로 운영돼온 공연예술계의 무(無)계약관행이 예술가들을 더 빈곤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표준계약서를 이용할 경우, 재단에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절반을 내주고 있지만 시행은 더디다. 방안은 있다. 문화예술지원기관이 표준계약서를 도입한 단체에 지원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공연계는 스승과 제자 사이로 묶여서 제대로 출연료를 못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다음에 챙겨줄께, 이번만 하자’는 식이죠.”

그는 표준계약서 정착은 문화예술계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했다. “‘예술 =노동’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예술계 빈곤사각지대가 줄어들 겁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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