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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김다은] 섹시한 뇌의 비밀
일상의 언어표현만 보면 사람의 마음은 심장 안에 있다. 매력적인 사람을 보면 “가슴이 설레고”, 심지어 “심장이 파르르 떨린다.” 사랑도 하트(심장)로 표시한다. 슬픈 일을 당하면 “심장이 내려앉고 멈춘 듯하다.” 최근 젊은이들의 채팅 신조어인 ‘심쿵’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사람의 마음이 심장에 있지 않고 뇌에 있다고 한다. 뇌의 가장자리(변연계)에 마음이 있는데, 전뇌(뇌의 앞부분)와 함께 작용하면서 기쁘거나 무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심장이 떨리거나 내려앉는 경험은 해도, 우리가 뇌의 그런 증상을 느끼지는 못한다. 서울대 의대 전양숙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가령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전기가 끊겼는데 식용 공룡이 바로 앞에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심장이 터질 듯이 빨리 뛰게 된다. 이는 호르몬이 산소를 더 공급하여 피를 빨리 돌게 하거나 소변보는 것을 자제케 하여 싸울 태세를 유지하는 자연스런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심장이 반응하는 것은 그 상황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몸의 대응일 뿐, 감정 그 자체는 아니었던 것이다.

머리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관장하는 뇌!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유머와 말솜씨를 갖춘 연예인들이 나와 어려운 문제를 척척 잘도 풀어낸다. 우리는 부러워하면서도 때로 주눅이 든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박성혜 한국뇌은행장은 “세간에는 기억력이 높거나 IQ가 높은 사람을 뇌섹남(뇌섹녀)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진정 섹시한 뇌는 뇌회로가 서로 연계(connection)하여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정서적인 능력(EQ)을 스스로 높일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감사하게도) “작가들의 뇌가 도리어 고급 뇌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작가들처럼 뇌를 훈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단어들을 통해 이미지와 상상력을 넓히는 작업일 것이다. 가령, 끝말잇기부터 시작하면 된다. 어휘가 늘어날수록 세상을 이해하는 눈이 섬세해지기 때문이다. 해가 뜰 때 처음 퍼져 나오는 빛을 ‘햇귀’라고 하는데, 이미 세상에 존재하던 빛이지만 이 단어를 알기 전까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다음 ‘고양이’ 혹은 ‘스핑크스’처럼 눈에 들어오는 어떤 단어든지 자신의 상상을 적는 습관을 가지면 좋다. 필자는 ‘쯔쯔가무시병’이라는 단어에 다섯 페이지나 되는 상상력을 발동시킨 적도 있다. 이런 기록 노트들은 자신만의 상상력 사전이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중에 ‘로마제국의 붕괴- 1881년의 인디언 봉기-히틀러의 폴란드 침입-그리고 강풍세계’가 있다. 이는 주인공이 하루치의 메모를 제목으로 단 것이다.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평화로운 일요일에 예기치 않은 바람이 불어왔다. 작가는 태풍 때문에 빨랫줄에 돌돌 빨래가 말리는 모습에서 로마제국의 붕괴를, ‘휘이이이이이이잉’거리는 소리에서 1881년에 일어난 인디언 봉기를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태풍 속에서 ‘소피의 선택’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예기치 않게 몰아닥친 ‘강풍’이 뇌에서 어떤 상상의 ‘세계’를 불러 일으켰는가를 적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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