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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김영석] 그 섬에 가고 싶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시 ‘섬’의 일부다. 섬은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떠있는 듯한 소외된 존재이자 단절된 현대인의 고독한 자아를 의미하는데, 시인은 “그 섬에 가고 싶다”고 나지막이 외침으로써 타인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를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얼마 전 모 방송프로그램에 등장했던 남녘의 섬 ‘만재도’는 섬이 외롭고 소외된 공간이기보다 소통과 치유의 공간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방송을 통해 출연배우들이 보여준 것이라고는 하루 세끼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한 통발낚시와 채소농사 등 지극히 일상적인 활동이었다. 하지만,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그들은 주민들과 소통하고 자연과 교감하면서 스스로 치유되었으며 일상의 평온과 안식을 체험하게 된다. 시청자들 역시 그 소통과 치유의 과정에 기꺼이 함께했다.

만재도 뿐만이 아니다. 우리 바다에 산재해 있는 3358개의 섬들은 저마다 고유한 해양생태자원에 독특한 풍경과 맵시를 뽐낸다.완만한 산세와 슬로우시티로 유명해진 ‘청산도’는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

최근 웰빙과 힐링 관광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섬을 찾는 방문객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섬 방문객은 1427만 명으로 이 가운데 75%가 여행객이었다. 연간 천만 명 이상이 섬을 다녀온 셈이다.

섬 여행의 수단은 여객선이다. 여객선은 섬과 섬 사이, 육지와 섬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이며, 섬 여행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섬으로의 항해에서 바다와 연안, 그리고 섬을 조망하게 된다. 그만큼 여객선은 섬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다.

혹시 지금도 세월호 사고의 아픈 기억 때문에 여객선을 타는 것에 주저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바다와 여객선은 인류 역사와 문화 속에서 항상 존재하였고 장애를 끊임없이 극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동안 기울여온 각고의 노력으로 국민들이 안심하고 섬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만큼 연안여객선 안전관리는 많이 바뀌었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해양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여객선 승객 신분확인, 화물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으며, 해사안전감독관 제도를 도입하여 여객선에 대해 전문적인 안전감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해양사고가 인적 과실에 기인하는만큼, 선원의 자질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선원의 소명의식 제고를 위해 제복 착용을 의무화하고, 여객을 전담하는 승무원을 승선하도록 하여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도록 했다.

최근 메르스의 여파로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섬 지역에선 한산하다 못해 적막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번 여름 휴가는 여객선을 타고 섬 여행을 즐겨보자. 올해만큼은 그리스의 산토리니가 아니라 소매물도에서 저녁노을을 즐기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 아니라 청산도 슬로길에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보자. 그리고 ‘그 섬’에서 가족과 동료 또는 섬 주민들과 소통하고 자연과 교감하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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