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월요광장 - 김도훈] 시장경제 근간으로서의 민간의 역할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정부는 그동안 뭐 하고 있었나?”라는 말이 아닐까? 세월호 침몰, 메르스 발생 등 우리 경제가 회복의 기운을 보일 때마다 터진 대형사고 앞에 당연히 나온 말이기도 하지만, 가뭄 해갈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태풍에도 불구하고 그 부작용으로 일어난 공사장 붕괴, 비닐하우스 유실 등의 크고 작은 사고에도 어김없이 터져 나온 말이다.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 국민의 안전, 위생 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 제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책무이므로 이런 말을 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 모든 사고, 사태들에 있어서 우리 스스로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키고 주변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일에서 우리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은 없는 것일까? 메르스 사태 때만 하더라도 최소한의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챘고, 우리들 가정의 안전과 위생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흔히 가정주부의 몫이듯이 안전, 위생과 관련한 책무의 최후의 책임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 동네 석축의 붕괴 조짐, 우리 마을 개천의 범람 가능성, 그리고 전염성 높은 질병이 걸렸을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수칙 등은 우리 스스로가 항상 주의 깊게 챙겨야 하고, 그러고도 민간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때 비로소 정부에 지원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일 것이다. 소중한 안전과 위생 문제를 남에게 먼저 맡기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 역할에 기대는 이러한 마음은 경제 분야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하고 창의적 창업을 조장하는 일도 거의 정부의 할 일인 것으로 치부되고 있고, 메르스로 큰 손해를 입은 관광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도 정부의 몫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경제단체,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관광지를 찾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단기적인 경기회복, 중장기적인 우리 경제의 미래 준비 등을 추진하는 일은 당연히 정부의 책무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포함해 거의 모든 것을 정부에 기대려 하지는 않는지 걱정이 크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기치를 높이면서도 그리고 언제나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도 규제개혁 추진이 지지부진해지고 어느새 새로운 규제가 양산되고 마는 결과를 낳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우리 스스로의 정부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 즉, 모든 일에 정부에 기대려는 경향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점이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흔히 민간이라 할 때는 대부분 민간 기업들을 지칭한 것이지만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물품구매, 자녀교육, 교통이용, 주거생활 등등 정부 역할에 기대하지 않는 분야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기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창업에서부터 연구개발, 투자, 생산, 유통, 판매, 수출, 광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정부의 손길을 부르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모든 활동의 가장 근본적인 책임은 민간 즉, 우리 스스로가 지고 이끌어나가는 것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주력산업들이 안팎의 거센 파고에 휘청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제창된 창조경제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제는 웬만큼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창조경제의 근본이 민간 더 나아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성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일진대 우리들 스스로가 모두 정부라는 큰 손에 기대려는 마음만 가득 차 있다면 창조경제의 구현은 너무나 요원한 과제가 되고 말 것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