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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과 ‘단통법’의 방정식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지난해 10월부터 애플 아이폰이 한국에서는 전례없이 잘 팔리기 시작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집계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의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9월까지만 해도 5.3%에 그쳤으나 같은해 10~12월엔 27.3%까지 껑충 올랐으며 올해 들어서도 1월 22.3%, 2월 26.1%, 3월 24.8% 등 고공행진을 계속 해왔다. 지난 4월부터 다소 주춤해 15.3%를 기록했고, 5월엔 13.4%, 6월(~1일)엔 13.1%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 시점이 공교롭다. 지난해 10월은 아이폰의 새 모델인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첫 출시된 때일 뿐 아니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시기다. 또 이전까지만 해도 아이폰을 판매하던 국내 이동통신사는 KT와SK텔레콤뿐이었으나 지난해 10월부터는 LG유플러스도 유통을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단통법 시행 이후인 지난 4월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6는 비교적 잘 팔렸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LG전자의 G4의 판매는 부진했다. 

그래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같은 현상을 두고 풀이가 저마다 달라졌다. 전략프리미엄폰 판매가 부진한 국내 제조사는 아이폰의 국내 판매량 급증이 “단통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와 이통업계에서는 “신규 모델 출시에 따른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특히 LG유플러스의 가세로 유통 채널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급기야 단통법을 지지했던 LG전자는 단통법의 핵심인 “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정부에 건의했고,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은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폰이 잘 팔리는 것은 단통법 반사이익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경쟁력때문으로 본다는 답을 했다. 방통위 등 정부의 주장은 “단통법은 문제없다”에 근거하고 있다. 

둘 다 틀렸다. 단통법은 하자가 많은 법이다. 정부가 “문제 없다”고 고집할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조사들이 주장하는 애플 아이폰의 판매 호조와 국산 프리미엄폰의 부진이 단통법 때문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다. 중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난해 아이폰 6 출시 이후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높아졌다. 이들 지역에서도 “단통법의 반사이익”이 있을리 만무하다. 한국 시장의 경우 단통법의 영향이 없을래야 없을 수는 없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애플이 장사를 잘 했다”고 보는 게 옳다.

애플이 어떻게 장사를 잘 했는지는 최근 조사와 애플의 마케팅전략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내 소비자평가전문 리서치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최근 6개월 내(2014년 10월~2015년 4월) 스마트폰을 구입한 소비자 8972명에게 스마트폰의 제품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브랜드별로는 아이폰이, 모델별로는 갤럭시S6엣지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삼성전자가 최고의 제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브랜드 파워는 ‘아이폰’이 ‘갤럭시’에 비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잘 알려진대로 애플에 대한 소비자들의 브랜드충성도가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애플은 어떻게 브랜드파워와 브랜드충성도를 높였을까. 애플이 최근 내놓은 아이팟터치 신제품은 하나의 시사점이다. 애플은 6세대 아이팟터치를 15일 내놓았다. 아이팟은 지난 2001년 처음으로 내놓은, 음악재생전문 기기였다. 아이팟은 큰 인기를 끌었지만 15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고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그래도 애플이 아이팟 터치를 계속 내놓고 있는 것은 기존의아이팟 사용자들과 미래의 애플 제품 소비자들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은 자사 제품의 전세대 사용자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기기와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해왔다. 애플 제품의 재구매율과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이유다.

단통법은 국내 휴대폰 제조업계나 많은 소비자들이 지적하는대로 사용자들에게 이익인 이통사의 마케팅과 단말 가격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다.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하지만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단통법 때문에 장사 못하겠다, 애플만 좋은 일을 시킨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전인수다. 그보다는 애플이 장사를 잘 하는 법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을 듯 하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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