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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금리·전세난·소득 둔화…가계빚 1,100조 육박
소득대비 부채비율 작년말 164% 웃돌아
디폴트 빠질 위험군 112만가구 추정
총대출 2건이상 다중채무자도 40만가구


매달 월급날이면 “월급통장이 내건가~은행꺼지”라고 농담반 진담반 웃고, 집값이 오르거나 내려도 “내 집은 화장실 한 켠. 안방은 은행 소유”하며 쓴 소주잔을 들이킨다. 월 초 신용카드 결제일이 다가와도 “걱정할 것 뭐 있어~카드사가 있잖아”하면서 툭툭 털고 일어나 카드 리볼빙을 신청한다. 2015년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 대부분은 이런 농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하루를 끝낸다. 그렇다고 ‘국가’라고 다를까. 경기 불씨가 꺼질라 싶으면 으례 나오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현대경제학에서 기본 문법으로 통한다. 추경 역시 쉽게 말해 빚을 내는 것이니 일반 가정이나 국가나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세계경제의 문법으로 통하고 있는 ‘양적완화’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빚은 현대병의 만병통치약?=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올 3월 말 현재 1099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7.3%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증가폭이 크다.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4분기에만 30조원 가까이 늘었으며, 올 1분기에도 11조6000억원이 늘어나 예년 수준(과거 5년 1분기 평균 4조5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가계부채가 이처럼 최근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난 데에는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사상최저 수준의 저금리 ▷하루가 멀다하고 폭등하는데도 물건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 전세난 ▷경기부진에 따라 개선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가계소득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돈은 없는데 돈은 필요하고, 게다가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이라는 애기다. 전화 한 통이면 은행 돈을 내 돈 처럼 쓸 수 있으니 빚을 만병통치약을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LTV 60% 초과~70% 이하 구간에서 은행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증가한 반면, 50% 초과~60% 이하 구간은 감소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최근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을 30~40대가 주택을 구입하면서 규제 한도(70%)에 가깝게 주담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생활비 때문에 고금리 대출을 받은 가구 비중은 2013년과 2014년 모두 전체 고금리 대출 가구에서 45.8%를 차지했으며, 빚을 갚으려고 고금리 대출을 받은 비중도 2013년 7.6%에서 2014년에는 10.1%로 늘었다. 또 지난해 저소득층 가구의 88.4%는 원리금 상환 때문에 생계를 꾸리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64.2%에 달하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132.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한국인=하지만 빚은 엄연한 빚일 뿐이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흔히 쓰는 ‘레버리지’ 역시 일종의 빚이지만, 레버리지는 빚을 내 투자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다르다. 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한은에 따르면 빚을 못 갚아 디폴트에 빠질 개연성이 높은 가구(가계부실위험지수 100을 초과하는 위험가구)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2만2000가구에 달한다. 금융부채가 있는 전체 1090만5000 가구 가운데 10.3%에 이르는 수치다. 이들이 보유한 위험부채 규모는 약 143조원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한은에 따르면 이런 위험가구는 금리가 100bp, 200bp, 300bp 상승할 때 각각 11.2%, 12.7%, 14.0%로 높아진다. 위험부채 비율도 19.3%에서 21.6%, 27.0%, 30.7%로 상승한다. 주택가격이 5%, 10%, 15% 하락할 때에는 위험가구 비율은 각각 11.1%, 12.0%, 13.0%로 상승한다. 저소득층 가구 중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다중채무가구가 40만 가구에 육박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다중채무가구(2금융권을 포함 총대출이 2건 이상인 가구)는 지난해 39만6000가구로 전체 저소득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1.4%에 달한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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