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미혼 여성이다. 지난해 4월 모 연구소에 입사했다. 출근 첫 날, A씨는 여성 상사였던 B씨의 지적에 성적 모욕감을 들었다. B씨는 “아기 낳은 적 있어?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 아기 낳은 여자랑 똑같아”라는 말을 하며 머리와 옷을 단정하게 하고 다니라고 훈계했다.
농담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B씨는 A씨의 목덜미에 있는 아토피 자국을 보며 “어젯밤 남자랑 뭐 했어? 목에 이게 뭐야?”라며 간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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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정식 근로계약서를 쓰려고 다른 상사와 만난 자리에서 연봉 협상과 함께 B씨의 언행을 알렸다. 사측은 A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B씨는 다른 구직자에게 연락해 면접을 볼 것을 통보했다.
A씨는 그 길로 연구소를 그만뒀다. 4개월 후 연구소 인사팀에 B씨의 언행이 부당함을 고발했고, 사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B씨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A씨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지만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다. A씨는 B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법원은 B씨에게 모욕죄로 벌금 7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렸다. A씨는 B씨와 연구소를 상대로 위자료 30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도 냈다. 법원은 양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500만원 지급을 판결했다.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판사는 “피고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호의적인 언동의 범주를 넘어 원고로 하여금 굴욕감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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