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복날엔 계<鷄>보다 개?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한국사회 끝없는 찬반논란
관련법상 유통등 제재 방법없어



#. 강아지를 끔찍히 사랑하는 서모(28·여)씨는 복날이 싫다. 서울 목동에서 회사를 다니는 그녀는 지난해 말복날 차장님이 몸보신 하러 가자며 “개고기 먹느냐?”고 물었을 때의 기분이 생생하다. 당시 일그러진 표정을 감추기 힘들었던 서씨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점심을 굶었다. ‘먹는 게 이해가 안 되는건 아니지만, 점점 사라지는 문화인줄 알았는데..’ 서씨는 복날마다 희생되는 개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보신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한국사회의 해묵은 주제다. 우선 ‘개고기’는 현재 법적으로 애매한 위치에 있다. 88서울올림픽 등 세계적 행사를 앞두고 금지되기도 했던 개고기는 30여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가축’인듯(축산법) ‘가축’아닌(축산물위생관리법) 어정쩡한 상태다.

개가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가축이 아니다보니 유통 과정 등에 대한 정부의 단속에서 개고기는 제외된다.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도축이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개고기 찬성론자들은 개를 법에 가축으로 포함시켜 ‘안전하게’ 먹자는 주장이다.

대한육견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500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사육되고 있으며, 한해에 소비되는 개는 약 200만 마리에 달할 정도로 아직도 개를 먹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 등은 “개고기 식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관계부처 공무원들은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 “우리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답변을 피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2003년부터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개의 사육·도살을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규정하는 문제를 보건복지부, 환경부와 함께 수차례 협의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반대론자들은 개고기 유통 과정 등의 비윤리적 행태를 문제삼는다.

이에 많은 동물보호 단체들은 ‘동물보호법’ 상에 개고기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번 복날을 앞두고도 서울 곳곳서 개고기 반대 캠페인이 열렸다. 개고기를 반대하는 친구들(Anti-Dogmeat Friends·ADF) 회원들은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동물학살 복날반대 캠페인’을 열고 “동물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날인 복날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그린 ADF 대표는 “식용 목적으로 연간 200만 마리의 개가 죽임을 당하고 있고, 이 가운데 80%인 160만 마리가 ‘삼복’에 희생된다”면서 “사회 발전을 위해서라도 복날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복날 반대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식용금지 법안 통과를 위한 서명운동도 함께 벌였다. 앞으로도 서명운동을 계속 벌여 이를 국회 내 동물복지 관련 모임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개고기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풀어내기 어렵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과 교수는 “국제 표준을 따라가는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동물보호 협회 등 국제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개를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가축으로 포함하는 등 법제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중국 같은 경우도 개고기 축제 때문에 예전에 국제사회의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정부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전면 법제화하기도 힘들고, 아예 식용 금지를 선언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