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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층수의 반란…장기불황이 낳은 역발상들
-빌딩 꼭대기에 횟집, 황금목 백화점 1층엔 커피점
-전통적인 층수 방정식의 파괴…역발상으로 매출↑
-“1층 임대료 비싸니까 역발상 꾀하는 슬픈현실” 의견도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백화점 명품관과 은행은 1층, 아파트(20여층) 로열층은 10~12층, 편의점은 1층….

전통적인 ‘층수 방정식’은 이랬다. “몇 층에는 어떤 점포(매장)가 어울린다”는 인식이 머리에 자연스럽게 심어져 있었다.

이 생각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주변을 살피며 길거리를 걷다보면, 기존의 ‘층수 문법’에 어긋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길거리나 1층 터줏대감이던 포장마차는 빌딩 꼭대기에 올라갔다. 역시 1층 주인이었던 은행은 2층이나 그 이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1층에서 계단을 올라서야 매장이 나오는 프랜차이즈 카페도 늘어났다.
서울시내 한 빌딩 11층에 자리잡은 포장마차. 보통 길거리나 1층에 위치하면서 서민의 애환과 함께한 포장마차가 빌딩 꼭대기까지 올라가면서 새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모든게 임대료 때문이다. 갈수록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1층이나 특정층을 피해 이주(?)하는 것이다. 경기불황이 낳은 역발상이기도 하다. 전통 층수를 벗어난 일부 매장은 대박을 치는 곳도 급증하고 있다. 전통 층수를 탈출하는 몸부림을 시도했더니, 수익이 껑충 뛴 곳들이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명품과 화장품이 주름잡던 백화점 1층엔 카페나 빵집이 들어섰다. 단층 위주로, 필요한 물건만 사서 금방 떠나던 편의점에는 ‘복층’ 매장이 등장했다. 손님들은 편의점 2층에 앉아서 구매한 음식물을 천천히 먹을 수 있다. 모두 다 기존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야말로 층수의 반란이다.

이 반란의 끝은 실패일까, 성공일까. 아직까지는 성공에 가까워 보인다. 역발상으로 층수를 재배치한 덕에 오히려 매출이 늘고,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아진 경우가 많다.
코엑스에 자리잡고 있는 4층 편의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들어가야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덕분에 꼭 편의점이 1층에 둥지를 터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은행과 요식업 점포들은 임대료가 비싼 1층에는 손님을 맞을 수 있는 작은 공간만 만들고 실제 매출은 2층에서 올리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라며 “유입되는 손님이 비슷한 수준이다면, 임대료가 저렴한 상층부의 이익률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2층의 몸값도 뛰고 있다. 1층 점포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2층에도 수요가 몰린 결과다. 임대료 자체는 여전히 1층이 높지만, 추세를 보면 2층의 상승세가 훨씬 높은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업체 FR인베스트먼트가 서울 주요지역의 임대료 추이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올 2월 강남역 일대 2층(99㎡ 기준) 점포 평균 임대료는 1623만원으로 2009년에 비해 94%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층(66㎡)의 임대료는 36.3% 오르는데 그쳤다. 2층 임대료 상승률은 명동 80.9%, 종로2가 21.1%, 천호역 31.1%, 노원역 19.2% 등에서도 1층 상승률을 앞질렀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유명세를 타거나 유동인구가 급증하는 지역에선 비(非)패션업종을 중심으로 1층 점포를 철수하거나 2층 이상으로 올라가는 빈도수가 높아졌다”고 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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