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신용카드는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흉기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 3단독 곽정한 판사는 전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가 물건을 부수고 폭행해 상해를 입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김모(33)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작년 12월 22일 새벽 4시 30분께 중랑구 묵동에 있는 한 모(34·여)씨의 집을 찾아가 한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목을 조른 뒤 신용카드를 부러뜨려 목에 겨누며 위협했다. 한씨는 목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재판의 쟁점은 목을 위협했던 부러뜨린 신용카드. 폭처법 상 ‘위험한 물건’, 즉 살상 가능한 흉기로 볼 수 있는가였다.
김씨의 변호인은 “재질을 봤을 때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곽 판사는 “부러진 신용카드의 날카로운 면은 사람의 피부를 쉽게 찢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다만, 곽 판사는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고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흉기’가 아닌 물건도 범행 당시 상태에 따라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폭처법상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물건이 범행에서 어떻게 쓰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폭처법상흉기로 분류될 수 있지만, 신용카드가 적용된 사례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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