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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1300도 불길을 뚫고…조선백자 순백의 달을 품다
600여년간 백자생산 이어온 양구 방산을 찾아서…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우리는 미(美)를 가냘픈 몸매가 아름답게 비춰지는 외모에서 찾지만, 때로는 순박한 촌스러움이나 검소한 순수함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도자기도 마찬가지다. 가장 아름다운 도자기를 꼽으라면 날씬하고 화려한 비색(秘色)의 ‘고려청자’를 이야기하지만, 밋밋한 백색의 조선백자에서 최상의 미를 찾는 사람도 많다. 조선시대 대표적 도자기인 국보 309호, 310호인 달항아리... 백토로 빚고 투명한 우윳빛 유약(釉藥)이 발라져 눈처럼 뽀얀 살결을 하고 불가마 속에 들어가 며칠 밤낮을 보내면 밤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하얀 달을 닮은 모습으로 변해 ‘달 항아리’라 불린다. 서민적이고 소박한 백자를 탄생시키기 위해 흙에서 흰색을 만들어 내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백자박물관에서 전통 가마에 나무로 불을 때 도자기를 굽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그러나 가마재임(구울 물건을 가마 안에 재어 넣는 일) 후 24시간 1300도를 유지하며 번조(燔造, 가마에서 질그릇이나 사기그릇, 도자기 등을 불에 구워서 만드는 일)를 하고, 요출(窯出, 가마에서 구운 도자기 등을 꺼내는 일)은 5일 뒤라고 해서 다시 찾았다. 정두섭 양구백자박물관장은 “방산면은 흰 백자를 만드는 양질의 백토와 도석이 매장되어 있고 품질이 우수해 조선왕조 500년간 관요의 왕실백자를 생산했다”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려시대부터 20세기까지 600여 년간 백자 생산을 이어오는 마을”이라고 말했다. 금강산과 걸어서 반나절 거리인 방산의 자기는 1932년 6월 금강산 방화선 공사 때 태조 이성계 발원문이 씌어진 백자가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백자 대발의 명문 중 ‘방산사기장 심룡’(方山砂器匠 沈龍)이라는 글을 통해 이들 백자의 생산지가 양구 방산임을 알수 있는데, 고려말 이전부터 이 곳에 매장된 백토로 백자가 만들어졌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조선의 백자의 시원이 양구임을 알려주는 유물인 셈이다.

‘도자기의 꽃 달항아리’는 달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기에 어떠한 잣대로도 재단되지 않는다. 한국미의 극치로 유색이 가져다 주는 순백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운 곡선, 넉넉하고 풍만함을 가득 담을 항아리인 것이다. 원래 “달항아리는 위와 아래를 각각 따로 만들어서 이어 붙인다. 그래서 굽다 보면 조금 틀어지기 때문에 둥그렇다가 아닌 둥그스러한 항아리를 닮은 모양이 나온다”고 한다. 두 개가 하나로 합쳐져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항아리 속에 담겨 있다. 우리 사회가 모든 걸 융합해 하나로 만드는 백자를 닮길 바란다. 

사진ㆍ글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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